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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사회부

지난 5월 임단협 조속한 타결과 구조조정 반대를 촉구하며 울산시의회 옥상점거에 나선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 결국 119일 만인 9월 20일 내려왔다.
 회사와의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압박 수단으로 선택한 '옥상시위'가 별다른 성과없이 막을 내린 것이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노동현장의 실상과 회사경영의 실태를 알렸다는 데 의미를 뒀지만, 기대했던 결실은 없었다는게 중론이다.  

 옥상시위는 여타 노조들의 최후의 선택인 고공농성과 닮았다. 사측과의 갈등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노조들은 그동안 크레인으로, 다리 위로, 굴뚝으로 그리고 철탑 위로 발걸음을 돌렸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높은 곳에서 외친다고 누가 들어줄 리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위로 올랐으리라.
 옥상 농성 시작 당시 "울산시와 시의회에 현대중공업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중재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 것처럼, 어쩌면 지역사회와 행정기관 등에서 희망의 사다리를 올려 보내 줄 것을 기대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경영개선 계획 실행이라는 명분으로 칼을 휘두르는 회사에 대한 저항수단이 크게 없는 노조로서 동정표를 얻을만도 한데, "노조가 회사의 구조조정과 임금문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고공시위에 오른 시점이나 중단 시점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컸다.
 현대중 노조는 2년 임기 내내 임단협, 구조조정, 휴직·휴업 등 회사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11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그 어떤 것도 뜻대로 된 것이 없다. 이쯤되면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될 것 같다.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 한 구절이 생각난 건 그 때문이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채 모두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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