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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기 남구 행복기획단장

바야흐로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올 추석은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되면서 열흘간의 넉넉한 황금연휴를 즐기게 되었으니 너나없이 기분 좋게 맞이하는 명절이다.

 어린 시절, 명절을 앞둔 이맘때면 목욕탕에 들러 묵은 때를 벗기고 쭈글쭈글해진 손바닥을 보는 일은 연중행사였다. 오랜만에 만나 뵙는 친척들에게 인사드리고 괜히 그 앞을 쭈뼛거리며 용돈을 얻기까지의 기다림과 설렘으로 보낸 어린 날의 추억까지 아련하기만 하다.
 특히나 엄마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시장에 갔던 기억은 아직도 시장을 푸근하게 만든다. 왁자한 사람들 속에 넘치는 물건과 먹거리들. 엄마가 사주신 운동화와 양말 한 켤레에 세상 다 얻은 기쁨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뻥이오" 소리와 함께 사람들 몰려들게 한 그곳에서 맛보는 따끈따끈한 강정 한 입은 아직도 침을 고이게 한다.
 이렇듯 전통시장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우리 사회와 역사의 격변 속에서 끈끈한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삶 속에 자리 잡아 왔다. 언제나 활기찬 목소리가 가득한 곳, 상인들의 정겨운 인심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전통시장의 생생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어느덧 추석의 풍속도 많이 변했다. 전통시장보다 할인점 이용이 많고 음식준비나 차례상도 모바일로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귀성열차나 버스 예매를 위해 밤샘을 하며 줄 서던 모습도 보기 힘들다.
 고향길이 아닌 국내 관광지나 해외로 나가 여행과 휴식을 즐기는 가족들도 수십 만 명에 이른다. 올해는 10명 중 8명이 추석 연휴에 여행을 갈 계획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해 준다.
 시대변화에 따라 명절의 모습이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통로이자 인생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겨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던 전통시장이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및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활 패턴도 달라지면서 그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전통시장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황금연휴에 우리 전통시장을 살리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울산지역 전통시장은 다음달 4일 추석을 전후해 2주간 추석 명절맞이 전통시장 그랜드세일을 실시한다고 한다.
 또 전통시장 그랜드세일 이후에는 울산지역 전통시장 6곳에서 10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에도 참여한다.
 특히 올해 지역 거점 시장으로 선정된 신정시장은 점포별 할인행사와 함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령대별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참고해볼 만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은 풍요의 계절이다. 그만큼 풍족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맞을 수 있는 명절이다. 
 이런 넉넉함을 나누기 위해 이번 추석에 이것저것 준비할 물건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사기에 온라인 몰이나 기업형 슈퍼마켓이 편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쯤 서서히 바뀌어 가는 인근 전통시장에 들러 추석 준비를 해보자.

 많은 이들은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전통시장이 물건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공간, 소통의 공간이며, 그 지역 문화자원이자 마음의 고향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추석명절은 오랜만에 다시 만난 가족들과 함께 마음의 고향인 전통시장에서 또 다른 즐거움과 여유를 경험하면 어떨까.
 이번 추석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처럼 풍성한 전통시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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