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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신문이 주최·주관하고 남구가 후원한 '2017 남구 북 페스티벌' 심사가 본사에서 열린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올해의 책 독서감상문 수상자들이 제출한 작품을 읽어보고 있다. 노윤서기자 usnys@

울산신문사가 주최하고 울산 남구가 후원하는 '2017 울산시 남구 북 페스티벌'의 독후감 수상작이 결정됐다. 지난 5월 20일 울산체육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북 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책이 선포된 이후, 공모에는 32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될 만큼 참가자들의 열기가 높았다. 심사위원들은 독후감 공모를 통해 책을 보는 안목을 높이고, 정확한 글쓰기를 통해 사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독후감 공모전의 유효성이라고 밝혔다. 올해 선정된 책은 △어린이 부문 '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한영미·살림어린이) △청소년 부문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박현희·북하우스) △성인부문 '다시, 책은 도끼다'(박웅현·북하우스) 등 총 3권이다. 편집자


■ 심사평
줄거리·소감 담긴 기본에 충실 우선
담백하고 진솔한 일상 이야기 더해
독서 안목·사유 한계 높이는 독후감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한 편의 책을 읽고 난 후 조용히 책을 덮고 그 책에서 배우는 교훈과 철학을 머리속에 정리해보는 것은 정확한 독서를 위해 필요한 행위로 간주한다.
독후감은 우선 책의 줄거리, 책을 읽고 느낀 자신의 소감이 들어가야 한다. 문정애 참가자의 응모작과 신인숙 참가자의 응모작은 그런 면에서 충실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문정애 참가자의 작품은 독서를 통한 자신의 생각과 독서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신인숙 참가자는 꼼꼼한 정리가 돋보였으나 자신의 생각이 부족했다. 좀더 자신만의 독특한 독후감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선희 참가자의 응모작은 책을 읽는 자신만의 개성과 책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백하면서 진솔하게 전개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최진희 참가자의 응모작은 독후감의 시작부터 글제목을 선정하는 기교가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 솜씨가 있었다. 그리고 책을 보는 예리한 분석력도 있어 보였으나, 논리의 전개와 줄거리의 분량이 미흡해서 아쉬웠다.
이와 같은 독후감 공모를 통해서 책을 보는 안목을 높이고, 책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정확한 글쓰기를 통해 사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독후감 공모전의 유효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천성현 심사위원장


■ 성인부 대상작-문정애
천천히 음미하고 스스로 생각하는'깊은 독서'
'다시, 책은 도끼다'를 읽고
문장 구석구석 살피며 정독
현대인 독서 혜안 갖기 도움

책의 홍수 시대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는 혜안이 생기기까지 우리는 많은 책을 읽으며 고요한 사색의 바다를 유영해야 한다.
'다시, 책은 도끼다'는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최근 읽은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자신만의 시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강의 노트다. 1강에서 8강까지 전 22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책을 고르는 눈과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천천히' 읽으면서 느낀 필자 특유의 사색을 담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강조하는 '천천히'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책을 읽을 때 스토리 중심이 아닌 문장 구석구석을 살피며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며 읽는다고 한다. 반드시 많이 읽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같은 물이라도 젖소가 마시면 젖이 되지만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말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올바로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색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폴레옹, 레닌, 히틀러, 스탈린은 독서로 얻은 지식을 독으로 사용했고, 톨스토이, 간디, 체게바라는 독서를 통해 독재에 항거했다.
진정한 독서가는 혁명의 불씨를 가슴에 담아 두었다가, 언젠가 그것을 세상에 항거할 수 있는 내재된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독서는 생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어떤 책을 읽는지 살펴보면, 그가 장차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독서하는 공력은 반드시 변화를 가져온다. 책은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장자'의 천하 편에, 모름지기 남자는 다섯 수레에 실릴 정도의 책을 읽어야 된다하여 '男兒須讀五車書'라 했다. 분명한 것은 독서를 통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이론가가 탄생될 수 없고, 사상가가 탄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위대한 사상가가 되기 위해서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양식 있는 현대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독서를 해야 한다.
저자가 열심히 읽었다는 톨스토이 말년의 잠언 집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나도 다시 꺼내 읽었다. 놀랍게도 밑줄 쳐 두었던 지난 날 독서의 흔적 중에서 아래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독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더없는 독서를 줄일 수 있다.'
'너무 많이 읽는 것은 해롭다.'
'내가 만나본 위대한 사상가들은 적게 읽는 이들이었다.' -톨스토이-

왜 톨스토이는 말년에 이런 말을 했을까. 짐작해 보았다. 다소 아이러니한 그의 말은, 읽어야 할 책들만 읽으라는 다른 표현일 것이다. 톨스토이는 도박과 유형생활로 피폐한 젊은 날을 보냈으며, 불운한 인생을 살았다. 늘 도박 빚에 쫓겨 원고를 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자신이 선택한 작가의 길에서 작품생산을 위한 독서가 부족했던 자신에 대한 반어적 지성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그렇다면 위대한 사상가들은 책을 적게 읽었는가? 그렇지 않다.
나폴레옹은 전장에서도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독서가이지만 그의 독서는 전 유럽을 피로 물들인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히틀러와 스탈린 또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독서광들이었다.
모택동도 빼놓을 수 없다.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책을 모두 불살라 없앤 모택동은 그러나 '공산당 포위 토벌'의 와중에도 온갖 방법으로 마르크스·레닌 저작을 수집했다(마오의 독서생활, 꿍이즈·펑센즈·스중취안 외 지음, 조경희 옮김, 글항아리, 2012년). 그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았던 에드가 스노우(미국 미주리주 출신으로 스물두 살에 중국으로 가서 12년간 거주하며 기자로 활동했다. 베이징의 옌징대에서 강의를 하며 훗날 사회주의 중국의 지도자가 된 학생들과 정을 쌓기도 했다)는 그를 "마오는 성실하게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었으며, 그는 사나흘 밤을 꼬박 새워 책들을 독파했다"라고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독서는 책을 불살라버리는 행위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를 범하게 된다.

'다시, 책은 도끼다'의 저자는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책을 천천히 읽기를 권하고 있다. 천천히 책을 읽다 보면 독자가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감동과 공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면 책의 봉인을 해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역사과목의 중요성과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을 하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그동안 역사를 암기 과목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외우기만 했다. 자신의 자녀도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데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저자는 아이의 독서방법을 바꾸어보기로 한다. 아이와 함께 생수 두 병을 들고 공부방에 들어가서 문맥과 흐름을 파악하고 문장 하나하나를 파악하면서 공부한 결과, 세 학기가 지나자 아이는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고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을 결정하게 된다. 저자의 이런 부모역할론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부모로서 자녀에게 이런 역할을 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조금 부끄러웠다.

이처럼 독서는 무엇을 외우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강물 흐르듯이 천천히 읽고 나야 비로소 감이 잡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분명히 <천천히>라는 단어이다.
저자의 책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소개한 책들을 보면 그냥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그런 책들이 아니다.
제6강에서는 밀란 쿤데라의 '커튼'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커튼'을 소설 읽기 전에 들어야 하는 사전이수과목이라 말할 정도로 독서에도 단계와 수준이 있다는 것을 일러 준다.
우리는 커튼 앞의 것들만 본다.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은 우여곡절과 갈등을 지나 달콤한 키스를 하는 걸로 엔딩을 맞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동안 서로에게 준 상처나 아픔 등이 키스 한 번으로 싹 잊히는 건 아니다. 그런 모습은 커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커튼'은 소설 뒤에 숨어 있는, 작가들이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우리가 보지 못한 소설 바깥에 대해 말한다. 독서는 결코 서둘러 어떤 결과를 도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대저택을 짓는 사람들은 우선 재목이 될 만한 나무를 몇 십 년 혹은 몇 백 년 동안 키워서 하늘에 닿고 골짜기에 높이 솟을 만큼 큰 다음에야 마룻대와 대들보로 쓴다. 또한 만 리길을 가는 사람은 미리 준마의 종자를 구해 꼴과 콩을 배불리 먹이고 말안장을 가지런히 한 다음에야 먼 곳에 당도할 수 있다.(오직 독서뿐, 정민, 김영사, 2013)"는 조선 성종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독서, 하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김대중을 꼽는다. 그는 책을 너무나 좋아했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는 만사를 제쳐 놓고 몰두한 정독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독서하기 전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차분한 자신만의 공간을 택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 의한 자택연금 상태에서도 서재로 책을 보러 갈 때는 양복을 입고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고 한다. 비록 집 안일지라도 잠옷차림이냐 단정한 차림이냐에 따라 마음가짐과 집중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태도이다. 또한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라야 정독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격리된 조용한 공간을 선호한 그의 독서방법은 독서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김대중의 독서가 많은 전직 대통령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책을 읽다가 감명 깊은 대목에 밑줄을 긋고 반복적으로 읽어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대중의 독서야말로 금하는 것은 금하고 몰입하여 책속의 인물과 한마음으로 만나 천천히 음미하는 제대로 된 독서 방법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후감을 정리하면서 '배우기만 할 뿐 생각하지 않는다면 속이는 것'이라고 말한 공자의 말을 한 번 더 음미한다. 독서를 할 때마다 자신이 무얼 보고 어떤 것을 느끼고 싶은지 찾지 못하고 그저 책 속의 줄거리만 허겁지겁 따라가다 보면 책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앞만 좇은 결과이다.

진정 독서는 스스로 깨닫는 나만의 사유영역을 넓혀가는 시간이 되며, 고요해져 사물 너머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며, 객관적인 지식을 습득하여 바르고 넓게 활용하여 세상에 이롭게 기여하며, 보다 깊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되기를 나날이 애쓰고자 함이라.


□ 성인부 수상자
◇ 대상 = 문정애(남구 신선로)
◇ 최우수 = 신인숙
◇ 우수 = 김선희, 최진희
◇ 가작 = 박문평, 이길우, 김기영, 김유빈, 김준영, 이미라, 이영권, 정성훈, 박순득, 남광우

□ 청소년부 수상자
◇ 대상 = 임다은(삼일여고 2학년)
◇ 최우수 = 박나현
◇ 우수 = 이래현, 윤은지
◇ 가작 = 전지원, 이다교, 이가현, 이용철, 강수빈, 배소윤, 박유진, 김유정, 손현아, 이정우

□ 초등부 수상자
◇ 대상 = 천채은 격동초 5학년
◇ 최우수 = 이다연
◇ 우수 = 박정민 이정연
◇ 가작 = 강해인 이진서 김보명 이서하 천재윤 김민서 김나현 박재빈 정서진 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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