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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여행]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어린이 눈높이에서 그려낸 삶과 죽음
2017년 10월 09일 (월) 19:42:10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누구나 수많은 장례식을 치르거나 가게 된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외할머니의 장례식에서 1년 전 시아버님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례식을 겪었다.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힘겨워 경황없이 장례식을 치른 기억이 난다. 흐느껴 우는 나를 어린 딸애가 맑은 눈으로 보았다. 죽음을 모르는 천진한 나이. 딸애의 눈에서 어릴 적 외할머니의 장례식에서 목 놓아 우시던 엄마를 보던 어린 내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죽음은 슬프고 눈물 나는 것이라 느꼈다. 딸애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죽음은 마냥 괴롭고 무섭고 슬픈 것만은 아니라고 어린 딸애에게 알려주고 싶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책을 펼쳐보았다.


 호기심 많은 소년과 소녀가 심심해하다 숲속에서 죽은 벌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즉흥적으로 벌의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나뭇가지로 십자가를 만들고 들꽃을 꺾어 무덤을 예쁘게 꾸며주었다. 게다가 기도를 하고 추모식까지 낭송하는 엄숙하면서도 멋진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죽은 동물들을 찾아 덤불 나무와 들판을 뒤지기 시작했다. 쥐, 햄스터, 토끼와 고슴도치까지 아이들의 멋진 장례식 놀이는 계속되었다. 쓸쓸히 죽은 동물들의 무덤을 만들어주고 장례식을 치러줬다는 뿌듯함과 아주 착한 일을 한다는 만족감에 아이들은 들떠 기뻐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빠귀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 모습을 목격했다. 큰 상처를 입은 지빠귀는 서서히 죽어갔고 아이들의 손 안에서 바르르 떨다 숨을 거두었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도 손안에는 지빠귀의 따스한 체온이 전해졌다.
 아이들은 지빠귀를 묻어주면서 처음으로 울었다. 지빠뀌는 아직 따뜻했고 땅은 차가웠다. 작은 십자가를 세우고 고운 꽃들로 장식하고, 진심을 담아 추모시를 낭송했다.
 
'너의 노래는 끝났다네. 삶이 가면 죽음이 오네.
너의 몸은 차가워지고 사방은 어두워지네.
어둠 속에서 넌 밝게 빛나리.
고마워 널 잊지 않으리.'
 
   
▲ 권은정 아동문학가
 어디선가 다른 지빠귀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은 슬픔이 검은 수건처럼 빈 터 위를 덮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장례식이 놀이가 될 수 없으며, 생명의 고귀함을 알고 진심으로 애도한다. 모든 생명들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죽는다. 신비롭게도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시작이 된다. 꽃의 죽음은 다른 새싹의 거름이고 토끼의 죽음은 도토리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한 양분이 된다. 때문에 자연의 장례식은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는 소중한 이들을 보내는 장례식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삶을 더욱 이해하고, 진실 되게 최선을 다해 살며,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치를 수 있는 진실 되고 가장 멋진 장례식이 아닐는지.
 권은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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