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전정책의 운명을 가를 정책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며칠간이 신고리 원전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시기다. 특히 13일부터는 시민참여단이 2박3일간 '종합토론'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민참여단이 직접 찬반 입장에 서서 토론하지는 않고, 찬반 측 전문가들의 주장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이 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민참여단으로 선정된 500명 중 지난달 16일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478명만 종합토론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 이 외에 모더레이터 53명, 진행요원 50명, 참관인 20명, 공론화위원회 30명 등도 참여한다. 앞서 시민참여단은 오리엔테이션에서 건설 중단·재개 양측 대표의 발표를 들었고, 이후 양측의 주장이 담긴 자료집과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통해 학습하고 고민하는 숙의과정을 거쳤다. 공론화위는 1차 전화조사에서 2만6명의 응답을 받고 표본에 맞춰 시민참여단을 선정했고, 참여단 오리엔테이션에서 2차 조사를 했다. 앞으로 종합토론회 첫날 3차 조사, 마지막 날 4차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3차 조사와 4차 조사 사이에는 특강과 전체토의, 질의응답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공론화위는 종합토론 참석자들의 성별, 연령, 5·6호기에 대한 태도 분포를 분석한 뒤 원래 표본에 맞춰 응답률 보정절차를 거친다. 종합토론이 끝난 뒤 1∼4차 조사 결과를 정리한 '권고안'을 20일 정부에 제출한다.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결론을 가능한 한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 시민참여단 최종 여론조사 결과로 신고리 5·6호기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협화음은 여전하다. 공론화위는 2박3일 종합토론에서 울산 현지 주민들의 찬반 목소리를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건설재개측 주민들이 이에 응하지 않아 무산될 전망이다. 공론화위는 "건설중단측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건설재개측을 더 설득해 보겠지만 만약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면 한쪽 인터뷰만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설재개측은 오는 13일부터 종합토론장 인근에서 집단 농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종합토론의 관건은 4차 조사 결과 찬성과 반대 응답률이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가다. 4차 조사 결과 찬성과 반대 의견이 명확한 차이를 보이면 원전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결론은 간단해지지만 찬반 의견이 비슷하게 나오거나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찬반 비율이 급격하게 뒤집힌 경우 정부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4차례 여론조사에서 건설중단과 건설계속의 비율은 팽팽했다. △7월 11∼13일(중단 41%, 계속 37%) △8월 1∼3일(중단 42%, 계속 40%) △8월 29∼31일(중단 38%, 계속 42%) △9월 19∼21일(중단 41%, 계속 40%) 등이다. 공론화 진행과정에서 자료집 구성, 토론회 발표자 등을 두고 건설 중단·재개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했고, 공정성을 두고 양측 모두 '보이콧'을 거론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기에 권고안이 발표된 후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고리 원전에 설치된 한국형 신형 원전 모델인 'APR 1400'의 유럽 수출길이 확보되는 소식도 있었다. 안전성이 관건인 원전 문제에서 이번 유럽발 안전기준 통과는 의미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EU-APR 표준설계는 APR 1400을 유럽 안전기준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APR 1400은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 모델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모델과 같다. 국내에서는 신고리 3, 4호기와 신한울 1, 2호기 등에 적용됐다. 한수원은 "이번 심사 통과로 유럽뿐 아니라 EUR 요건을 요구하는 남아공, 이집트 등에도 원전 수출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UR 인증은 유럽 12개국, 14개 원전사업자로 구성된 유럽사업자협회가 유럽에 건설될 신형 원전에 대해 안전성, 경제성 등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영국, 체코,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에서는 기존 원전을 대체할 신규 원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원전이 장기적으로 인류전체가 감당해야할 위험한 에너지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와함께 현재의 에너지 공급 상황에서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원이 원전이라는 사실도 모두가 인정한다. 문제는 안전이다. 원전을 버리고 대체에너지로 가자는 쪽의 핵심적인 논리적 근거는 안전이다. 그래도 원전이 낫다는 쪽에서 주장하는 효율성보다 안전이라는 이슈가 우리의 미래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원전건설을 지지하는 쪽은 이번 사례를 포함해 안전문제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할 것이다. 어느쪽이든 안잔한 에너지를 갖기위해 노력하려는 의지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 미래의 에너지 정책으로 연결하느냐다. 그 과정에서 갈등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국가적 차원의 이해와 국민의 안전이다. 그 가치를 뛰어넘는 결정은 어떤 것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는 원전 정책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