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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한주가 시작됐다. 지난 주말에는 471명의 시민참여단 이 2박3일 종합토론회도 있었다. 충남 천안 계성원에서 열린 시민참여단 끝장토론은 안전성·환경성에 관한 토의와 전력수급 등 경제성토의, 마무리 토의에 이어 최종 '4차 조사'도 실시했다. 건설중단과 건설재개 측 발표자는 이날 1세션 총론토의에서 시민참여단을 상대로 조목조목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고,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면서 '말의 전쟁'을 벌였다. 1세션의 양측 발표와 질의·응답 부분은 KTV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건설재개 측 발표자인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와 건설중단 측 발표자인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25분씩 시민참여단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임 이사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측은 부분적인 진실을 말한다. 사실만을 얘기함으로써 거짓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며 "원전을 안 지으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가스발전소(LNG)로 대체하게 된다. 태양광은 하루 4∼5시간 전기를 만들고,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이사는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없어져야 미세먼지·온실가스가 준다고 건설중단 측은 말한다. 하지만 가스발전소를 지어도 석탄 대비 절반의 미세먼지가 나오고 온실가스는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원전이 더 적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포는 과학을 이길 수 없다"며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탈원전이 아니라 30% 지은 신고리 5·6호기 중단 문제다. 탈원전이나 정치가 아니라 일상의 문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중단 측의 이 기획위원은 "서울은 에너지 소비만 하는 도시다. 전력소비량이 늘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발전소를 짓는다. 민폐다"라며 "원전은 동해안에, 석탄발전소는 충남에 밀집해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송전탑 등 환경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위원은 "미국은 그 큰 땅에 원전이 100개 정도 있다. 미국에서 차를 타고 3∼4시간을 달려서 갔더니 허허벌판에 원전이 서 있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너무 많다. 원전밀집도가 세계 1위이고, 신고리 5·6호기가 추가되면 무려 10기의 원전이 한곳에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획위원은 특히 "위험에 위험을 더하는 것, 사고를 키우는 것"이라며 "울산·부산·경남 인근에 400만 명이 살고 있다. 더구나 지진지대이다. 확률이 낮아도 방사능 사고는 치명적이다. 후쿠시마 원전도 지진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사고가 났다"고 강조했다.

이제 발표까지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공론화위는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대 정부 권고안'을 오는 20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뒤 해산한다. 관건은 4차 조사에서 건설중단과 건설재개 응답 비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이다. 건설중단·건설재개 응답 비율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면 공론화위의 서술적인 권고안을 토대로 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울산에서도 운명의 한주를 남겨두고 찬반 공방이 치열하다. 한동영 울산시의원은 지난 주말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위한 범시민대책위 구성을 제안했다. 한 의원은 "건설에 반대하는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는 조직이 구성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반면, 건설재개에 찬성하는 각계각층의 의지를 모을 수 있는 단체는 없는 실정"이라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영구적으로 중단될 경우 약 3조원에 가까운 재정손실 등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울산만이라도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위한 범시민대책위'를 함께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날 건설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도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터져 나왔다. 신고리 5·6호기백지화울산시민운동본부는 지난 12일 울산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해 시민참여단과 국민·울산시민에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백지화울산본부는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에게 "핵폐기물 세계 최대 지역인 부울경에 원전을 더 짓는 것은 현세대가 편하자고 후손에게 재앙의 부담을 넘겨주는 짓을 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폭등이나 매몰비용, 에너지안보, 수출경쟁력상실 등 수많은 악의적이고 불순한 자의적인 자료에 휩쓸리지 않고, 공적가치라는 관점에서 후손들에게 전혀 부끄럽지 않을 정의로운 지혜의 힘을 모아주기를 간절히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제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공론화위의 발표와 정부의 결정을 남긴 상황이다. 어떤 결정이 나든 지금 상황으로는 찬반 양쪽의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원전문제를 안정화할 수 있는 답은 공정성이다. 신고리공론화 위원회도 정부도 이 문제를 기본 바탕에 깔고 원전문제에 임해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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