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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가 또다시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법에 대해 대못을 박았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수문 설치안을 최선의 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는 지난 10일 열린 회의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검토해 사연댐 수로 높이를 52m로 낮추고 수문을 만드는 방안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이미 일주일전에 결정된 사안인데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 결정에 앞서 문화재위원들은 울산시가 기존에 제시했다가 부결된 생태제방 축조안과 유로변경 방안을 다시 분석했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 앞에 거대한 둑을 설치하는 생태제방 축조안은 공사 중 진동으로 인한 암각화 훼손과 미시기후 변동에 따른 암각화 주변 환경 변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고 한다.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의 물길을 돌리는 유로변경 방안 역시 역사·문화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두 가지 방안은 울산시가 수문 설치안을 반대하는 이유인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화재위원회는 유로변경 방안은 보존 대책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생태제방 축조안은 더는 논의할 필요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수문설치안이 무엇이며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는 점이다. 수문설치안은 사연댐 여수로 높이를 60m에서 52m로 낮추어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안이다. 이는 암각화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는 않지만, 사연댐의 물공급 감소량을 운문댐을 비롯한 타지역에서 공급하는 전제하에 수립된 안이므로, 운문댐과 타 지역의 물공급계획이 무산된 상태서는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위원회가 수문설치안을 고집하는 이유는 암각화를 물 밖으로 끄집어 내야 세계유산 등재가 가능하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 때문이다.

물 밖으로 꺼내기만 하면 암각화도 보존할 수 있고, 유네스코 등재도 가능하다는 문화재위원회의 논리는 참으로 딱한 주장이다. 이들이 고집하는 원형보존이나 형상변경 불가는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이다. 반구대암각화는 불행하게도 사연댐이 들어선 이후 발견됐고 그 가치를 알았을 때는 이미 주변의 자연경관이 원형을 잃은 상태였다. 더구나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곡천과의 조화 역시 대곡댐 건설로 그 원형이 훼손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원형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자 아집과 독선에 불과하다.

유네스코가 말하는 보존은 지금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보존을 찾아가는 노력이다. 관점이 잘못됐으니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구대암각화는 사연댐 바닥으로부터 52.5~56.5m에 위치해 있다. 사연댐 여수로를 60m에서 52m로 낮추게 되면, 댐 운영상 물이 52m부근에 위치하게 되므로 암각화 부근은 항상 젖어있게 되고 모세관현상 등으로 물도 침투하게 되어 물속에 잠겨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또 댐의 배수효과 때문에 비가 내릴 때는 암각화가 항상 물에 잠길 수 있고, 많은 비가 내릴 때는 암각화 부근에 빠른 유속이 형성되어 세굴에 의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는 결국 유네스코 등재조건에도 맞지 않는다. 등재 기준은 주변 지형이나 환경변경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유네스코 등재 기준을 잘못 해석해 생태제방안을 무조건 거부하고 있지만 암각화 주변에 물이 항상 고여 있는 것 역시 주변 지형과 환경의 변경에 해당된다는 자가당착에 빠진 셈이다. 더구나 물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문설치 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암각화 보존도 못하고 물 부족도 악화시키는 말 그대로 최악의 안이 된다. 사연댐 수위를 52m로 낮추게 되면, 댐의 저수량이 1/3이하로 줄어들어 물공급량이 최소 하루 5만 5,000톤 부족할 뿐 아니라, 수질을 고려하면 댐 전체의 기능은 거의 상실하게 된다. 또한 그동안 언급된 바 없으나 52m로 낮추는 경우 홍수발생 시 댐 저수량에 의한 홍수조절 능력이 없어져, 태화강 유역은 상시 홍수 위험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반구대 암각화는 인간이 고래를 사냥한 시기를 규명한 인류 최고의 유산이다. 이 자체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은 후손들의 당연한 의무다. 무엇보다 중요한 반구대암각화를 자체로 보존할 생각은 하지 않고 허구헌날 원형 운운하거나  물 문제 운운하는 문화재위원회는 말 그대로 문화계의 적폐세력이다. 인류 최초의 포경유적이자 북태평양 연안의 해양어로 문화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진정한 인류문화 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데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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