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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유난히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걸까.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고, 일을 처리해 내는 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다들 나이를 먹어 가면 그런 거라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뜩 "혹시 내 시간을 시간도둑이 훔쳐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분명 나는 시간을 도독 맞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래서 오랜만에 시간도둑으로부터 시간을 지켜주는 『모모』(미하엘 엔데, 비룡소, 1999)의 '모모'를 만나고 싶어졌다.

 모모는 폐허가 된 원형극장에 혼자 살며 부모도 나이도 알 수 없는 작고 마른 여자 아이다. 이런 모모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잘 들어 주는 것이다.

 모모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들어줄 뿐인데, 찾아왔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밝은 웃음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구나 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가는 거다.

 게다가 모모를 만나면 모두 행복해 한다. 모모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되찾게 해주는 이상한 능력을 지닌 것이다.

 모모는 시간을 지배하는 마이스타 폴라에게 시간의 의미를 배운다. 그리고 시간의 꽃이 피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전당을 보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의 풍부함,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도시에 시간도둑인 회색신사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깨우쳐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낭하하면서 살았는지 깨닫게 된다. 모모와 이야기 한 시간도 낭비한 시간인 것이고, 친구들하고 잡담한 시간도 낭비한 시간이 된 것이다.

 회색신사들은 이렇게 낭비하는 시간을 시간저축은행에 저금을 하면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시간을 저축하기 위해 더 이상 모여서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모모한테 가는 일도 줄어들었고, 모모를 만나도 반가워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시간 낭비고 그럴 시간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바빠진 것이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의 일에만 열중했다. 동시에 웃음도 사랑도 잃어가기 시작했다.

 회색신사들은 사람들이 시간저축은행에 저축한 시간으로 목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자기의 시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 회색신사들 말처럼 시간을 은행에 저축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시간은 은행에 저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회색신사의 말에 매혹되어 시간을 저축하기에 바빠졌다.
 모모는 회색신사로부터 말도 하고 사람의 외모와 똑같은 예쁜 인형을 선물 받고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찌그러진 양동이, 굴러다니는 벽돌, 천 조각 하나가 모모와 원형극장을 찾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자극하는 재료가 되었는데, 예쁜인형은 그러한 상상력에 걸림돌이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모모는 회색신사들로부터 시간을 되찾기 위해 싸움을 하게 되고 결국 모모가 승리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자기 시간을 되찾고, 풍족한 생활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 『모모』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고, 더불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하는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순간 나 자신도 모르게 시간도둑들과 숱하게 계약해 버린 일이 떠올랐다. 이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내 시간을 갖으며, 모모처럼 말없이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그런 시간을 늘리도록 노력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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