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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투자하지 않고 사내 곳간에 쌓아두는 '사내유보금'이 많은 기업에 메기는 '소득환류세제'를 존치키로 한 가운데 현대차, SK,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유무형의 용처에 투자돼 있는 자산까지 '사내유보금'으로 잡히고 있어 이에 세금을 적용받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항변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대자동차의 현금성 자산은 7조8,900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32조1,114억)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다음은 SK 7조869억원, 현대중공업 4조3,268억원 순이었다.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은 8년 전인 2008년(1조7,565억원)에 비해 상승률이 449%나 됐다.
598억원이었던 SK는 같은 기간대비 1만% 이상 폭증했고 현대중공업(6,674억)도 648%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상위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7조7,757억원으로 2008년(36조4,260억원)보다 평균 350.78%(91조3,496억원)로 급증했다.
시가총액이 상위 기업일수록 현금성자산 보유 금액은 더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54조7,172억원으로 2008년 9조269억원보다 606.15%(45조6903억원) 늘었다.

또 상위 20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19조2,009억원에서 79조2,342억원으로 412.66%(60조332억원), 상위 30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23조2,426억원에서 90조6,178억원으로 389.88%(67조3,752억원) 각각 증가했다.
최근 8년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45조6,903억 늘어 상위 100개 기업 증가액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상위 11~20개 기업은 14조3,429억원, 상위 21~30개 기업은 7조3,419억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현금성자산은 현금과 현금과 같은 수표, 예금 등의 자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내유보금의 하나다.
정부는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고용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10%의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최근 존치하기로 했다.

현재 극심한 내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내수활성화에 활용되도록 적극 유도한다는 복안에서다.
이는 전 정부가 만든 제도로 2015년 만들어져 당초에는 올해 말로 일몰 될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일자리 창출 등에 사용할 경우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등의 투자 확대를 위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특별지원프로그램을 산업은행이 운용토록 해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금성자산에는 현금 및 현금등가물과 기업의 단기금융상품이 모두 포함돼 있어, 사실은 이미 투자가 이뤄진 자산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된 SK의 경우 SK종합화학이 SK에너지의 현금성 자산이 되고,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현금성 자산이 되는 식이다"며 "게다가 투자가 이뤄진 설비도 여기에 포함되는 등 개념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계상에만 존재하는 자산이거나 이미 투자된 상태에서 시세에 맞춰 장부가격만 올라간 금액이어서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사내유보금이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거나 다른 투자로 순환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의 해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경영개선계획을 발표한 이후 순차적으로 자산을 매각하면서 현금자산이 불어나긴 했다"며 "현대차, KCC, 포스코 등 투자주식과 유휴부동산 등을 매각했고, 추가적으로 현대종합상사, 현대기업금융,현대기술투자, 현대자원개발의 계열분리를 완료한 바 있지만 모두 경영정상화에 재투입됐기 때문에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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