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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 한 조합원의 '뒤늦은 해외공장 보고서'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올해 정년을 앞둔 전임 노조위원장이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영과 노동현장에 제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로,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노동계 안팎에 던지는 울림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2년전 연수 보고서 블로그 게재
동반자적 노사관계 구축 강조


 그 주인공은 현대차 노조위원장 출신 이상범 현대차 울산공장 문화감성교육팀 기술주임(60·사진).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2015년 전·현직 현대차 노조위원장들과 함께 견학한 해외 공장 연수 관련 보고서를 올렸다.
 올해 정년퇴직을 앞두고 조합원과 회사 측에 '역지사지'와 '집단지성'을 기대하며 연수한 지 2년 7개월이 지난 지금 늑장 보고서를 다섯 차례에 걸쳐 게재한 것이다.
 이 전 노조위원장이 블로그에 올린 글의 핵심은, 해외공장이 다수 설립되더라도 국내생산 거점은 현대차의 마지막 보루이며 이를 위해서는 '동반자적 노사관계'가 추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해외공장 연수는 국내공장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회사 측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볼 기회였다"면서 "수출, 생산성, 원가, 품질, 노사관계 등에서 해외공장이 유리하다면 경영자는 새 공장을 해외에 지을 수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노조가 국내 고용불안 문제를 들어 해외공장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며 노사 협력을 통해 국내공장이 경쟁력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노사 모두 변해야 미래가 있고,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회사 미래는 물론 한국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걱정이다. 특히 성과를 나누는 문제에 대해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생산성과 품질 원가 면에서 노조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모적·대립적인 노사관계로 우리(현대차) 스스로 발목을 잡으면서도 고임금, 고복지, 고성과금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동안 내수시장에 대한 독점적 지위와 협력업체에 과중하게 고통을 부담시킨 결과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하면서 "현장에서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 노력해야 할 점은 없는지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상생을 위한 제언이라며 '황금알을 낳는 닭을 잘 키우지 않고 욕심을 내어 잡아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이솝 우화에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경영진)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 투명한 경영, 부의 세습, 불공정 내부거래 등에서 개선할 점도 많고 분배의 정의 및 평생직장으로 봉직하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야박하게 대하는 것들도 있어서 서운함을 안기기도 한다"면서 "그렇지만 그런 점들은 내부고발과 감시와 자기혁신을 통해서 끊임없이 고치고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묵인 방조하며 과실을 나누는 '공범'으로 전락하거나 회사가 망하든 말든 내가 알바 아니라는 태도여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장의 제언은 노사 어느쪽을 편들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생과 공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심에서 나온 쓴소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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