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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간 사드 갈등이 봉합되면서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아온 울산지역 대기업들의 중국내 경기가 다시 살아날지 반색하는 분위기다. 중국에서 반한 정서가 사그라들면 일단 시장 개선효과를 볼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움직임이 여전하다보니 난관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 현대차는 일단 중국 시장 상황 개선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동안 사드갈등의 직접적 영향권에 드는 바람에 시장 판매량이 판토막이 난 만큼 상대적인 회복세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올해 들어 9월까지 중국 누적 판매량(275만5,000대)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2%나 줄었다. 중국 현지법인(베이징현대차)의 실적 부진이 지분법을 통해 현대차 이익에 반영되면서, 올해 2분기와 3분기 순이익이 1조 원을 밑돌 정도다. 현대차 측은 "관계 정상화' 공식화가 반한 감정 완화로 이어지면 판매가 조금씩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시장 진출에 애로를 겪던 석유화학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정체돼 있는 사업을 재개하거나 새로운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당장 중국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한·반한국기업 정서가 누그러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워낙 중국의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등 경제적인 부문에서 한중 갈등의 해소는 분명 호재이긴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중 양국은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란 공동 문서를 통해 사드 갈등을 봉합했다. 그러나 내용과 형식면에서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깨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측은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하고 한국 측의 '적절한 처리'를 요구했다. 반면 우리 측에 10조원 넘는 피해를 입힌 사드 보복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또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가능성 등 미래의 안보 주권적 결정 사항을 강경화 외교장관의 공개 발언 형식으로 포기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마디로 굴욕적인 봉합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들의 경우 만주지역에 대규모 레이더망과 미사일 기지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사드 배치만 문제를 삼는 부분도 그렇고, 사드의 원인 제공자인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치를 명시하지 않은 채 우리에게 사드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명시한 것도 그렇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발표 이후 청와대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역할이 컸다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취재진 사이에선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신뢰할 만하다, 박근혜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도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가 컸다). 중국 최고위층 내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믿을 만한 분이다'는 얘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했다. 또 지난 8월 서울에서 중국 미술가 치바이스 특별전이 열린 것과 관련해 "영부인께서 아무도 몰래 (전시장에) 가서 중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했다.

국내 기업이 노략질을 당하고 국기가 불살라지는 혐한정서까지 확대시킨 것은 적어도 중국정부의 지시와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후속조치나 재발방지에 대한 확약 없이 봉합의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우습다. 더구나 사드의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 사드 포대 추가 배치는 필요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데 사실상 이번 봉합 문서에서 사드 추가 배치 부분을 배제해 향후 북핵 대처와 관련한 한미간 갈등 요소를 남겨둔 셈이 됐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공동 문서에 중국의 안보 우려는 조목조목 언급된 반면 우리 측이 입은 사드 보복 피해에 대한 언급은 한 구절도 없었다. 마지막 단락에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지난달 27일 청와대가 밝힌 대로 "양국 국익이 정확하게 보장"되려면 사드 보복에 대한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문구도 있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봉합을 반기는 것은 당장 위축된 중국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동안 경색된 양국 간의 교류가 제자리를 되찾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9일 사드 충격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이 0.4%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중국 측이 각종 보복 조치를 풀고 인적 교류가 회복되면 우리 성장률 회복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효과를 떠나 장기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중화사상에 입각한 외교적 입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제2 제3의 사드 사태가 재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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