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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나프타 증세와 배터리 부품가격 인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업계는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국시장이 충격을 흡수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나프타 할당관세 인상 검토
정유업계 가격 경쟁력 하락 걱정
화학업계도 원가 상승 우려 커져

# 현행 0.5%서 1~1.5%까지 검토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SK에너지ㆍ에쓰오일 등이 생산하는 나프타에 대한 할당관세를 현행 0.5%에서 1~1.5%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래 할당관세를 0%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이려했던 정유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화학제품으로 플라스틱ㆍ섬유ㆍ고무의 원료로 쓰인다. 정부가 국산 나프타에 세금을 매기는 방법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할당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할당관세가 오르면 국산 나프타가 수입 나프타와 비교해 역차별 받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나프타 구매처는 국내 화학사들인데 국내산과 수입산 두 종류를 쓰고 있다.
 정부는 2016년부터 수입산과 국내산에 각각 0.5%씩 똑같이 부과해왔다.
 화학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관세가 오를 경우 나프타 구매 가격도 상승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일례로 국내 화학사가 국내 정유사로부터 나프타를 구입해 만든 폴리에틸렌의 원가가 더 오르게 된다"며 "무관세인 수입산 폴리에틸렌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처협의를 거쳐 세율을 확정한 다음, 연내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이 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금속값 상승
가격변동 적은 니켈로 방향 선회
자동차 회사들과 가격연동 협의도

#"리튬 미리 확보외엔 방법 없어"
화학업계는 전기차 배터리용 원료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차배터리에 쓰이는 코발트·니켈·리튬 등 금속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3개월 선물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t당 1만2,645달러를 나타냈다. 현물가격 역시 t당 1만2,630달러 였다. 약 5개월 전인 지난 6월2일(8,715달러)에 비해 45.1% 나 오른 수치다.
 코발트 가격 역시 천정부지다. 조달청의 희소금속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코발트 가격은 파운드당 30.38달러로, 2016년 말의 14.7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리튬도 급등세다. 리튬을 1차적으로 가공해 만드는 탄산리튬의 가격은 지난달 27일 기준 t당 1만2,493달러로, 지난해 말(1만74달러)에 비해 24%, 2015년 말(6,251달러)에 비해 100% 각각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폭스바겐(VW)이나 중국 창청자동차는 안정적 리튬 확보를 위해 해외 코발트 광산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업체의 경우 삼성SDI의 칠레 리튬 광산 입찰 외에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 원료수급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코발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낮은 니켈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재로서는 NCM811(니켈·코발트·망간 8:1:1 비율) 배터리 연구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이 이 배터리의 내년 양산을 예고하고 있다.
 화학업계는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들과 원재료 가격상승을 가격에 전가하는 협상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컨퍼런스콜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 가격 전가 협상에 대해 "고객들과 원가 연동한다는 것에 대해 합의한 것은 없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언급 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향후 2년내 리튬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은 대체할 만한 재료가 아직 뚜렷하지 않고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기술도 불분명하다"며 "리튬을 미리 확보하는 것 말고는 현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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