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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환상적인' 그림책의 세계로 안내하는 작품이다.
 거칠게 표현된 푸르른 밤하늘과 총총히 뜬 별, 달과 함께 춤을 추는 딸의 모습 등이 우선 시각적으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도대체 달을 어떻게 따올까. 작가가 풀어낼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라면 어떤 방법으로 저 하늘에 별이나 달을 따올까. 이야기 속, 달을 갖고 싶어 하는 딸 모니카의 아빠는 달에게 그 힌트를 살짝 엿듣는다. 그리고 달이 얘기해 준대로, 사다리를 하늘 높이 설치한 후 달이 딱 맞는 크기("just the right size")로 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달을 따 가지고 내려온다. 이윽고 딸이 즐겁게 달과 시간을 보내고 나자, 아빠는 달을 다시 하늘에 올려 보내고, 달은 몸집을 키워 다시금 온 세상을 밝힌다. 표지 뒤에 그려져 있듯, 에릭은 달의 모양과 크기가 변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건 표현기법이다. 긴 사다리를 표현할 땐 책의 페이지를 아래로 더 펼쳐지게, 달의 큰 모습을 표현할 땐 아래위로 책이 더 확장되도록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었다. 조금 귀찮을 수도 있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놀랍다. 더 놀라운 건 이 기법이 이미 30년도 더 전에 쓰였다는 점이다.
 첫 출간이 1986년이니까 올해로 32년을 맞은 것이다. 에릭 칼 역시 내년이면 아흔을 맞는 노장 작가. 국내에 판매중인 관련도서만 1,100여 종이 넘는 그는 그야말로 전 세계 그림책의 살아있는 대부다. 지난 5월에도 신작 '에릭 칼과 친구들의 친애하는 동물들'을 펴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까지 자랑하니 그야말로 100세 시대, 우리 삶의 표본이 되는 인물이다.
 애벌레 시리즈와 곰, 고릴라, 학생 등을 독자적인 화풍으로 그려낸 수많은 작품과 이미지가 있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로 단번에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 김주영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실제 에릭 칼은 이 책을 딸 서스틴이 서너살 때 썼다고 한다. 어쩌면 정말 딸이 별이나 달을 갖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한 얘기가 영감이 돼 책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세대까지만 해도 어릴 적 활자에 더 의존해 책을 읽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며 크고 있으니 정말 행복한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들은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상상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돼줄 것이다. 그런 훈련은 더 열린 마음으로 나 자신과 남을 대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김주영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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