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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대기공해가 또다시 전국적인 뉴스를 탔다. 공해도시의 멍에를 벗어던진 생태도시 울산을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암물질 최다배출도시라니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같은 사실은 벤젠배출 사업장에 대한 단속결과 밝혀졌다.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벤젠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다 울산 산단지역 암 발생률이 전국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온 상황이다.

울산시가 지난 8월 7일부터 9월 8일까지 1개월간 국가산업단지 내 벤젠 배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환경관리 실태점검'에서 9곳이 환경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조사가 진행된 16곳은 유해화학물질인 벤젠을 생산하거나 이를 함유하는 원료를 다량 사용하는 석유정제처리 및 석유화학물질 제조 사업장이다. 특히 2015년 기준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PRTR)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16개 사업장이 배출하는 벤젠이 연간 약 4만566kg으로 전국 배출량의 32.99%를 차지하고 있다.

S사 등 3개 사업장이 내부 밀폐형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별도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휘발성이 강한 벤젠·나프타·휘발유 등의 원료와 제품을 저장·사용하면서 고농도의 벤젠을 대기 중으로 배출했다. 울산시는 S사 등의 저장시설은 '내부 및 외부부상 지붕형 저장시설'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질소밀봉, 소각시설 운영 등에 소홀하게 대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대기오염측정망에서 대기환경기준(1.5ppb 이하)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H사 등 2개사는 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으면서도 대기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약품 공급과 흡착제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벤젠의 배출허용기준을 최고 40배 이상 초과해 배출하다 적발됐다. L사 등 3개 사업장은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벤젠이 대기 중으로 바로 배출되는 시설을 관할 기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운영했다.

울산시는 환경법규를 위반한 9개 사업장에 해당시설 조업정지 10일과 사용중지, 그리고 경고 및 과태료를 부과했다. 중대한 환경법 위반행위를 한 5개사는 시에 설치된 민생사법경찰과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벤젠의 경우 높은 암 발생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 산단 지역 주민 환경오염 노출 및 건강영향 감시사업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 산단 주변 주민들 사이의 암 발생률이 인근 대조지역(산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보다 높았다.

보고서에서 1999~2013년 사이 전국 산단별 모든 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울산 산단 지역은 남자의 경우 10만명당 연간 876명(95% 신뢰수준, 842~911명)으로 대조지역 622명(595~650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여자도 10만명당 606명(585~627명)으로 대조지역 426명(409~444명)의 1.4배 수준이었다. 울산지역 전체의 암 발생률을 전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도 남자는 비율이 1.66, 여자는 1.33으로 1보다 높았다. 다른 지역보다 암 발생률이 남자는 66%, 여자는 33% 높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대기오염·발암물질 안전관리지원센터 건립을 통한 모니터링 강화를 제시했고, 관련 전문가들도 산단 주변 지역 전체의 오염물질에 대한 총량적인 규제, 주민·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성을 통한 오염물질 저감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이번에는 반드시 제도적 개산이 뒤따라야 한다. 벤젠관리에 대한 특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사실은 여러차례 지적됐다. 이와함께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추적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구축한 '대기오염물질 실시간 추적시스템'이 당장 필요한데도 예산 확보가 걸림돌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오염물질의 실시간 관측, 불법·부적정 배출에 대한 현장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이동형 감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대기오염물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현장 출동과 신속한 현상 규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유해 대기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연속 관찰할 수 있는 장비를 차량에 장착해 오염물질 배출 시점과 시료채취 및 분석 시간과의 간극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문제는 예산이다. 이 같은 장비 구입은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데도 정부의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 당장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예산지원이 없어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예산의 적절한 분배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급한 곳이 어딘지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결과다.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 공해 관리는 울산에서 중요한 현안이다. 첨단장비 지원과 제도적 개선이 병행될 때 울산공단의 대기오염 문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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