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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이 국가정원 지정요건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필 울산 태화강이 국가정원 지정에 나선 상황에서 관련법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의아한 대목이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몇 년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내년 상반기 국가정원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정에 열쇠를 쥔 산림청의 의도에 다라 이마저도 헛수고가 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산림청과 울산시에 따르면 국가정원 지정과 관련된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이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미 입법예고를 통해 개인·단체, 법인 등의 의견을 받았다. 올해 내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정원의 지정을 일정기간 운영상황을 살펴본 뒤 결정하는 것이 요지다. 현행 국가정원 지정 요건은 면적, 시설의 종류, 구성요소로 비교적 간단하다. 녹지 30만㎡ 이상에 전통·문화·식물 등 서로 다른 주제별 정원 5종 이상, 화장실과 주차장 등 편익시설 등을 갖추면 된다.

개정안에는 지방정원의 운영실적, 재정 자립도 등 경영실적까지 포함된다. 평가 기간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3년 정도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에 따르면 경영실적 평가 추가는 지방정원으로서 어느 정도 운영 성과를 거둔 후 국가정원 지정을 신청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 전국의 지자체에서 정원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국가정원 지정 기준이 미흡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정원이라는 것이 공익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운영적자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국가정원은 지방정원의 가치보다 더 확대될 필요가 있고, 롤 모델이 되어야 하는 만큼 운영 결과를 포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정원은 산림청이 지정한 정원으로 관리에 4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수목, 정원 시설물을 관리할 수 있다. 국가정원 지정 사전 절차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원으로 지정해야 한다. 지난 2015년 전남 순천만이 전국에서 첫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으며, 울산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개정안 적용의 첫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울산시는 이번달 태화강을 '울산광역시 지방정원'으로 등록하고, 내년 5월 산림청에 국가정원 지정을 신청, 6월 확정짓는다는 계획이지만 산림청의 의지에 따라 개정법 적용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사업이 지연돼 개정안이 내년 7월 시행되고 이를 적용받으면 지방정원을 몇 년 간 운영한 뒤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결국 국가정원 지정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대통령 공약사업의 또다른 폐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국가정원 지정의 변수를 없애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공원 지정절차 및 법규 분석, 지방공원 및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인허가 도서 작성 등이 진행되는 기본 계획 용역 완료 기간을 올해 말에서 내년 5월까지 미룰 계획이다. 논리 개발의 기초가 되는 용역인 만큼 보다 세밀하게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은 공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죽음의 강에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로 탈바꿈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등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태화강 국가지정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핵심은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제대로 알리고 이를 토대로 대선공약 사업의 비중을 강조하는 전방위 압박이다. 이미 태화강이 국가정원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한 논리 개발이 된 상태다. 생태보고의 현장이거나 생물 다양성의 확인 학습장, 생태복원의 현장 등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자산을 가진 곳이 태화강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중요한 조건이 바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살아 있는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50년 개발의 현장이 공해의 강에서 생태의 강으로 변한 사실은 국가정원 2호로는 어림없는 상징적 보상이다. 태화강은 이제 대한민국 생태복원의 대명사가 됐다. 십리대숲과 대공원에는 올해도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태화강의 정취에 만끽한 관광객들은 울산이 공해도시가 아니라 생태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바로 그 태화강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국가정원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생태도시라는 이미지 제고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시는 국가정원 지정에 앞서 태화강을 '울산광역시 지방정원'으로 등록하고, 12월 기본계획 용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여기에 보태 태화강이 왜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어야 하는지를 정부에 확실하게 설명하고 시민들의 의지를 담아 정부에 분명한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 정치권은 산림청의 수상한 법개정을 원천 봉쇄하고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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