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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지방행정 발전과 첨단산업 육성, 문화·복지 증진 등을 위해 설립된 외곽 연구·지원기관에 매년 수백억원의 시민 혈세를 출연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연금 지원 기관 중에는 시정발전을 위해 시가 설립한 곳도 있지만, 일부는 지역과는 무관한 사설기관에 관행적으로 예산을 퍼주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시의회는 제193회 제2차 정례회 안건으로 접수된 내년도 각 부서별 외곽기관 출연금 의결의 건을 취합한 결과, 출연금 규모는 모두 10개 기관에 총 169억2,56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각 부서별 지원기관과 출연금액을 보면, 기획조정실의 경우 울산발전연구원 38억6,900만원을 비롯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억원, 지방공기업평가원 6,000만원, 한국지방세연구원 1억9,300만원 등 4개 기관에 42억6,8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창조경제본부는 (재)울산정보산업진흥원 12억원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70억원을 합쳐 82억원을, 일자리경제국은 울산경제진흥원 19억7,000만원의 지원 계획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아울러 문화관광체육국은 울산문화재단 12억7,800만원과 시청자미디어재단 4억8,960만원을 합쳐 17억6,760만원을, 복지여성국은 울산여성가족개발원에 6억6,600만원을 출연할 방침이다.

 이들 출연금 지원 기관은 지방행정 발전과 산업육성, 문화·복지 증진 등 고유의 기능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예산지원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립된 기관들이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관 운영비와 인건비 전액을 시에서 수혈 받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재정여건을 내세워 주민들이 요구하는 복지·문화시설 확충에는 인색한 시가 지원 효과에 의문 부호가 달리는 외곽 기관 지원 예산은 물 쓰듯 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제는 이들 출연금 지원 기관 중에는 사실상 울산과는 무관할 뿐더러 서울에 있는 사설기관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획조정실이 시의회에 출연금 지원 승인을 요청한 4개 기관 중 한국지방행정연구원(출연금 2억원)과 지방공기업평가원(출연금 6,000만원), 한국지방세연구원(출연금 1억9,300만원)은 서울에 소재한 사설기관이다.

 출연금 지원 근거도 울산시 자체 조례가 아닌 특정기관의 이권을 옹호하는 규정을 담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육성법이나 지방공기업법, 지방세 기본법 등 제각각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시에서 지원하는 출연금은 각 기관의 고유 업무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인건비와 운영비로 충당한다는 점도 문제다.

 각 기관이 기본 경비를 스스로 벌어서 확보할 정도의 자생력을 갖지 못할 경우 결국 그 기관이 존재하는 한 시민이 낸 혈세로 기관 구성원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단적인 사례로 창조경제본부가 내년에 12억원을 지원하는 (재)울산정보산업진흥원의 경우, 출연금 12억원 전액을 인건비로 소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관의 인건비 내역을 보면, 원장 급여 8,160만원, 본부장 2명 1억4,640만원, 팀장 4명 2억5,440만원, 직원 13명 4억6,786만원, 각종수당 1억4,000만원, 퇴직급여 1억800만원 등이다.

 울산시가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임직원 20명의 생계비를 지원한 셈인데, ICT(정보통신기술)융합산업 육성과 4차 산업혁명 선도 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출연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울산시의회 한 의원은 "시에서 출연금을 지원하는 기관들은 각각의 고유 영역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공익의 역할을 하고 있어 적정 수준의 예산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설립된 지 수십년 된 기관이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시민 혈세에만 의존하는 좀비기관에 대해 무한정 예산을 지원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의원은 "외곽 기관 출연금 지원을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며 "부실 출연금 지원을 막기 위해 '좀비기관 지원 방지 조례'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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