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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 대표이사

울산은 조선산업의 중심이 북유럽으로부터 한국과 일본으로 넘어오던 때부터 초호황기에 이르기까지 함께 성장해 왔고, 약 5년 전부터는 산업의 위기를 바라보고 오랜 시간 준비해 왔지만 현재는 어려움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

    약 30년간 선박분야 제조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묵묵히 사업을 일구어 온 부친이자 선보공업의 창업주인 회장님을 곁에서 지켜보며 울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제조업의 흥망성쇠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고 기업들의 고민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조선뿐 아니라 자동차, 철강, 소재 등 우리나라 중후장대 산업을 그 시대의 기업가 정신과 자신감 하나로 일구어온 수많은 창업가들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내 삶에서 매우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30~40년이 지나 오랜시간을 버텨낸 그 시절 창업기업들은 어느덧 중견기업, 대기업이 됐고 산업 영역에 관계없는 깊이를 모를 불안감에 마주하고 있다.

 조선분야 역시 친환경 이슈, 통신기술과 제조기술, 소재기술이 급변하면서 그동안 보수적으로 대응했던 선박 기술도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분야는 상황이 더욱 급박한데 자율주행 및 전기차 기술이 기존의 밸류체인을 뒤흔들고 있고 우버 등의 기업은 아예 자동차 생산량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산업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은 통계로도 표현되는데, 울산지역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부터 5년간 10.6%에서 6.6%로 부가가치가 급감하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약 11%를 상회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변에 같은 고민을 하며 대응 방법을 모색하던 울산과 부산지역의 차세대 경영인들 17개 파트너사와 연합해 '파운더스 하우스 13 엔젤클럽'을 만들고 '라이트하우스 컴바인 인베스트'라는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공동의 펀드를 만든 것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존을 위한 공동의 선택이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산업에서의 변화는 기존 산업 안에 있었던 사람들로는 대응이 안되는, 즉 내부적인 R&D로 극복할 수 없는 영역으로 채워져 있다. 제조업을 하던 기업이 첨단 센서와 딥 러닝, 빅 데이터를 이해해야 한다.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는 이제껏 지역의 제조업과 접점이 크게 없었던 ICT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연구소와 연결점을 찾으며 대응해 나가는 방법밖에 생존의 길이 없다.

 이제까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업',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수도권과 대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스타트업', '상장시장 등과 연결된 투자 생태계'는 각각 다른 지점을 바라보며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액의 20%까지 책임지던 울산이라는 산업 수도는 벤처캐피탈 투자는 거의 0%를 기록하고 있다. 라이트하우스 컴바인 인베스트는 이제 이렇게 따로 떨어져 있던 산업, 기술, 투자 생태계의 점들을 하나로 연결해 울산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일구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울산시와 함께 120억 규모의 울산지역 펀드를 올 12월에 결성해 운영을 시작한다. 울산지역의 첫번째 벤처펀드인 이번 지역펀드는 기술과 기존 제조업 중심인 울산의 산업구조를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고도화하고, 지능화 및 융합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한때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은 전세계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한국과 일본의 부상으로 세계 최대 조선소인 코쿰스가 있었던 스웨덴의 말뫼라는 작은 도시는 조선소의 도산과 함께 어마어마한 실업률에 직면하였고, '말뫼의 눈물'이라는 단어가 그 시절의 아픔을 표현했다.

 말뫼는 90년대 중반부터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코쿰스 조선소를 창업보육센터로 바꾸고, 전세계 글로벌 인재들을 도시로 유치해 새로운 생태계를 가꾸었다. 오늘날은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벤처캐피탈 투자도 유치하며 지식기반의 첨단 도시로 변모했다.

 대한민국 산업의 수도인 울산은 기술과 투자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 지역펀드의 출범은 '울산의 기적'을 향한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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