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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재
정치부 기자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어이라고 해요. 맷돌을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져 그럼 일을 못하죠? 그걸 어이가 없어 해야 할 일을 못한다는 뜻으로 어이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내가 지금 그래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명대사다. 이 대사는 각종 프로그램에서 황당하거나, 기가 막힐 상황마다 패러디 된다. 울산의 정치 상황을 두고 최근 이 말이 회자되고 있다. '보수대통합'의 명분을 내 걸며 울주군에서 내리 4선을 지낸 강길부 의원이 최근 자유한국당에 복당한데 대한 반대파의 반응이다.
 강 의원측은 이에 맞서 "당을 떠나 보수대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며 복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그의 입당은 이번까지 7번째다. 탈당도 6번이나 된다. 아마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당적 변경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 수치가 아닐까 싶다. 정치적 이해 득실에 따라 정체성 없이 이당저당 옮기는 행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강 의원은 이 부분에서 불과 10개월 전에 스스로 한 말을 곱씹어 봐야 한다. 보수의 진정한 힘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과거지향적이고 사회변화를 거부하며 국민을 외면해온 구태정치화 완전히 결별하겠다고 한 말이다.
 내로남불식 입·탈당을 반복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정치권, 특히 보수진영에 반목과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지는 않았는지도 자문할 대목이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9일 바른정당 탈당파 입당식 비공개 발언에서 강 의원의 입당 소감 차례에 발언을 듣기도 전에 이른바 찌라시로 돌고 있는 울산지역 한 의원의 문제를 거론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것만으로도 강 의원의 복당에 꽂히는 시선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차라리 "내년 지방선거에서 나를 믿고 따르는 식구를 책임지기 위해 복당을 선택했다"고 하면 동정표라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도 지역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탈당할 때는 지역에서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번 입당 과정에선 공개적 입장 표명 없이 조용히 넘어갔으면 하는 눈치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그의 이 같은 행동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임을 강 의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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