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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사업인 국립산업박물관(이하 국립산박)이 좌초된 이후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재추진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노력에 답을 하듯 건립사업 재추진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예산 심의 과정에서 재추진 방안 찾기를 위한 용역예산이 책정됐다고 한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8회계연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의결을 통해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로드맵 수립 용역 5억이 반영됐다. 예산 반영은 울산시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의 공동 작업의 결실이라는 소식이다.

로드맵 수립 용역은 국립산박이 국립시설물이라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용역이 진행된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 용역은 국립산박 재추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전체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부 재추진 방식은 국책사업이나 예타면제사업으로 추진하거나 특별법 제정, 예타 재신청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특별법 제정은 울산시와 이 의원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방안이다.

실제 지난 2015년 광주에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건립됐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혁신도시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은 2012년 개관 후 지난 2015년 '국립해양박물관법'이 제정돼 시행됨에 따라 특수법인 공공기관으로 새 출발하기도 했다. 울산시는 지난 2009년 정부가 광역경제권 30대 선도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의 주요 사업을 선정해 추진했던 것처럼 국립산박의 국책사업 진행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다른 방안도 있다. 복잡하고 울산에 불리한 예타를 건너뛰고 바로 사업에 들어가는 방법이다. 예타 운용지침을 보면 재난 예방과 관련된 시급한 사업이나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 등은 예타 조사를 면제해주도록 돼 있다.

이 같은 방안들은 예타를 면제하거나 최소한의 검증을 받는 '간이 예타'를 통해 국립산박 건립의 약점을 극복하자는 게 핵심이다. 지방도시에서 수익 발생이 어려운 국립 문화시설을 건립하려는 경우 경제성에 기반한 예타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련 지침에 따라 예타를 다시 받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예타 재요구 조건은 경제·사회적 여건이 객관적으로 변동된 경우, 기존 예타 조사 결과 반영 등을 통해 전면적으로 사업을 재기획한 경우다.

이 모든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울산에 국립산박이 들어서야 하는 당위성이다. 국립산박의 경우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적 시설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울산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국립산박이 단기간에 눈부신 산업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의 산업사를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만큼 입지를 울산에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울산은 지난 1962년 특정공업센터로 지정돼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었던 산실이다.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한 공로, 그로 인해 울산이 감내해야 하는 피해 등 울산에 국립산박이 들어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국립산박은 이 모든 당위성과 근거를 갖췄지만 사실상 홀대를 당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위치였다. 국립산박이 울산의 도심에 위치한다는 것은 울산으로서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전국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 문제가 있는 위치라는 지적이 많았다. 울산대공원내 산업박물관은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에는 지극히 불편한 위치에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 때문에 당초에 국립산박을 KTX 역세권에 입지를 정했다면 예타과정에서도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역세권 활성화와 위치상의 접근성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입지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업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주장은 억지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국립산박의 입지로 지정된 울산 도심의 장소는 여러가지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어디가 전국적인 규모의 시설을 유치하는데 이로운지는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볼 일이라는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용역비 반영으로 다시 국립산박의 재추진이 이야기 되고 있지만 용역비 확보가 곧바로 국립산박의 재추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이번 용역이 재추진으로 이어지도록 정치권은 물론 지역상공계와 시민들이 하나 된 의지로 국립산박 설립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소변경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또다시 좌초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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