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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홍 익
울산보훈지청 주무관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을 견딜 수는 없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이다."

 이 말이 18세 소녀의 말이라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런데 사실이다. 바로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유언이다.

 우리 민족이 총체적으로 핍박과 억압의 세월을 보냈던 일제강점기, 일제의 잔혹함에 대한 분노와 함께, '과연 나라면 일제 억압에 분노하며 저항의식을 표출할 수 있었을까?'라며 스스로 반문하며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가신 애국지사 분들의 애국정신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누구든 겪어봤을 것이다.

 유관순 열사뿐만 아니다. 한일강제병합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순국하신 안중근 의사, 일왕의 생일날 기념행사장에 도시락 폭탄을 던져 대한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드러내 보이고 25세 젊디젊은 나이로 순국한 윤봉길 의사도 있다.

 우리 울산지역 출신으로서 대한제국 말기 판사로 임용됐으나 곧 경술국치를 당해 일신의 영달을 헌신짝같이 버리고  항일투쟁을 전개하시다 체포돼 사형으로 순국하신 박상진 의사도 일제의 폭압적인 무단정치가 자행되는 암울했던 시기에 의열투쟁을 전개해 우리 민족에게 독립에의 희망을 잃지 않게 하였다.

 이러한 순국선열들의 살신성인 정신과 나라사랑 정신이야말로 일제의 탄압과 망국의 설움 속에서도 우리의 얼을 이어나간 끝에 나라를 되찾게 된 원동력이다. 또한 타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지금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존재하게 된 밑바탕인 것이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딛고 어렵게 되찾은 우리나라이건만,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일부 기득권층의 부정부패가 마치 당연한 권리인양 자행되는 등, 눈부신 발전의 어두운 이면을 바라보며 순국선열의 영전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 심화되는 갈등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적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꿰뚫는 국민통합의 패러다임이 없다면 그 해결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생각과 이념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으나 나와 내 가족과 우리 사회의 안녕과 번영은 개개인의 이기심을 잠시 미뤄두고 더 큰 우리를 위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국민통합의 근간 정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그 정신을 순국선열의 삶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부터 순국한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며 추모하기 위해 이 날을 기려왔으며, 광복 후에도 광복회 등 민간단체의 추모행사로 면면을 이어오다가 1997년 정부기념일로 지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선열들이 몸소 보여주신 값진 희생과 애국 정신을 되새기고 자랑스러운 후손이 될 것을 다짐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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