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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전날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후폭풍이 상당하다. 1만3,300여 울산지역 수험생들은 대혼란에 빠졌고 일선 학교들도 당일 등교 여부와 시간 등에 혼선을 빚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학사 일정 관리에도 비상이다. 울산대학교와 UNIST 등 지역 대학교도 대입전형 변경 및 조정을 검토하는 등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5일 오후 2시 29분쯤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교육부는 지진 발생 직후 수능은 예정대로 내일(16일) 치러질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입장이 달라졌다. 결국 전날 저녁 교육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수능을 23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이어 16일 오전 9시2분 기상청은 포항 북구 8㎞지역에서 규모 3.8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전날 지진의 여진이다. 전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진도 2 규모의 여진이 이어졌지만, 비교적 강한 여진이 한 차례 더 온 셈이다. 예정대로 수능이 치러졌다면, 수험생들이 한창 시험에 집중하고 있었을 시간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수능 연기 결정에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대응 매뉴얼 등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4년 처음 시행된 수능은 그간 당초 일정에서 연기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992학년 후기 대입 학력고사 시험지가 유출돼 1월 22일이던 학력고사일이 2월 10일로 연기된 적이 있지만, 이는 수능 이전의 일이다. 2006학년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2011학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으로 인해 수능 일정을 늦춘 사례지만 있지만, 이는 애초 수능 일정 수립 단계에서부터 일정을 뒤로 늦춘 사례기에 급박하게 일정이 변경된 이번 연기사태와는 성질을 달리한다.

대표적으로 이날에 맞춰 마지막 실전 점검과 컨디션 조절 등 수능 대비에 만전을 기한 수험생과 가족은 시험 날짜가 미뤄지자 허탈감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한 고3수험생은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주일 전부터 집중력 향상을 위한 컨디션 조절을 했는데 소용없게 됐다"며 "일주일간 더 긴장상태로 대기하려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수능 날짜에 맞춰 국내외 여행을 계획했던 수험생 가족들은 당황스러워 했다.
심지어 자녀의 수능시험 날짜에 맞춰 가족들이 해외여행 가려고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했다더라, 예정됐던 수능을 치르고 입대해야 하는 수험생도 있다더라는 등의 피해 사례가 입소문으로 떠돌고 있다.  
16일 지역 내 유치원,초·중·고교, 특수학교 등 249개교의 등교 여부도 문제로 떠올랐다. 일선 학교에서는 휴교냐 등교냐, 정상시간이냐 10시 등교냐 등을 놓고 번복과 혼선을 빚었다.

수능을 불과 13시간 남겨둔 저녁시간에 날아든 연기 소식에 일선 학교에서는 각 가정에 등교 여부를 알려야 했지만, 갑작스런 수능 연기 사태에 교육부와 울산시교육청의 발표와 지침만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포항 지진의 여파로 수능 일주일 연기 발표 후 '수능 예정일 시험지 배포 학교는 휴교를 하고, 일선 학교는 기존보다 1시간 늦게 등교하라'고 발표했다.
울산시교육청은 고등학교 57곳 가운데 시험장 26곳은 휴교·비시험장은 학교장 재량에 맡겼으며, 초·중·특수학교는 정상등교·정상수업 하도록 지시했다. 초·중·특수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의 출근에 따른 돌봄 역할을 맡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249개교 중 37개교(26개 시험장 포함)이 휴교했고 212개교가 정상운영됐다.

하지만 적잖은 학교에서 등교 여부와 등교 시간을 묻는 학생과 학부모 문의가 쇄도했다.   
대학들도 혼란에 빠져있긴 마찬가지다. 수능 이후 입학 전형 일정을 계획한 울산대학교와 UNIST는 당장 일정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울산대학교 입학처는 홈페이지 긴급공지를 통해 "어제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입시일정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16일 2시 교육부 발표 후 면접, 합격자 발표 등 모든 일정을 변경할 예정"라고 밝혔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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