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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도서관이 내년 4월 개관을 목표로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입지 선정 때부터 공해지역 최악의 장소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시립도서관은 그동안 울산시가 공해 저감대책 등을 발표하며 쾌적한 시립도서관을 목표로 공사를 해 왔지만 최근 현장을 점검해본 결과 걱정이 앞서고 있다. 울산시립도서관 인근 공단에 최근 2년간 화학공장이 잇따라 신설되거나 증설되면서 '악취'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걱정이다. 공단과 직선거리로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입지적 한계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물론 울산시는 악취배출사업장에 대해 데이터 구축 등 저감대책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소리 없는 대기공해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시립도서관은 옛 여천위생처리장(남구 산업로 585번길 41) 부지 3만 2,594㎡에서 진행 중이다. 이 공사의 공정률은 90%다. 건물 외관은 거의 완성됐고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 47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오는 12월 건물 공사를 마무리한 후 내년 4월 개관 예정이다. 울산시는 부지 선정 초기부터 제기됐던 침수 가능성, 용연하수처리구역 하수중계5펌프장 이설, 대형 재활용업체 소음 등 환경적인 우려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인근 공단에서 대기 중으로 내뿜는 오염물질과 악취 문제는 오히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서관이 들어서는 남구지역에는 울산 전체 악취업소 423개소 가운데 가장 많은 200곳이 몰려 있다.

# 악취 진동하는데 인근 12개 공장서 신·증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악취 민원도 전체 518건 가운데 남구 주민의 신고가 202건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140건의 민원을 기록한 울주군이 축사 등으로 인한 민원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공단의 악취로 인한 민원 대부분은 남구에 집중되는 셈이다. 특히 도서관 공사가 진행 중이던 최근 2년간 인근 남구지역 국가공단에 12개의 화학공장이 신·증설됐다. 이 시설들의 주요 배출 오염물질은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황산화물(SOx), 대기오염물질인 탄화수소(THC), 법적 기준치 이내에서도 인체가 장기간 노출되면 폐 점막을 손상시키거나 폐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소산화물(NOx), 피부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해서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알려진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이다.

추가로 화학공장이 들어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각 업체는 대기오염 물질이나 수질오염 물질이 발생되는 시설에 대해 시에 신고를 한다. 이후 시는 대기환경보전법 등에 따라 오염물질을 기준치 이내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검토해 허가를 한다. 공장이 추가로 들어서는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법적 기준치만 만족하면 시 입장에서는 허가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환경적인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산에 둘러싸여 괜찮다는 울산시의  안이한 사고
울산시는 특정 건물(도서관)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전체 대기질 개선 노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시는 정확한 악취 발생 업체를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현재는 악취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대기 중에서 빠르게 흩어지기 때문에 원인 업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시는 현재 시청, 남구 장생포 119안전센터, 남구 상개경로당 등 9개소에 설치된 국가산단 악취 모니터링 시스템을 내년에 5기 추가한다. 이 시스템은 풍향 확인도 가능해 실시간으로 어느 방향에서 악취가 발생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 또 이동식 14개, 고정식 5개 등 총 19대가 운영되고 있는 무인 악취 포집기의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각 업체마다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종류 등도 데이터화해 내년부터 본격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울산시의 공해문제에 대한 안이한 태도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립도서관 부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인근보다 악취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부터 악취 원인 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만큼 악취에 대한 우려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으로 둘러싸여 괜찮을 거라는 인식은 참으로 딱하다. 여천천 주변과 공단 경계 지점은 저기압 때마다 매캐한 악취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발암물질인 벤젠의 함유량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 이곳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공해차단이 어렵고 한번 가라앉은 공해는 잘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 같은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지금부터라도 공해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서 도서관 개관 때 시민들이 코를 막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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