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재 훈
북구선관위 홍보주임

20여 년 전 나의 어린 시절에 비해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직접 가서 채널을 돌릴 필요 없는 텔레비전,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전화기, 필름이 필요 없는 카메라, 집집마다 있는 컴퓨터, 목적지를 찾아주는 내비게이션,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 남짓 걸리는 기차 등등 이런 기술들은 이제는 생활이 돼 별로 놀랍지도 않다.

 요즘은 AI(인공지능)가 인간과 바둑을 두어 이기고, 인간과 대화도 나눈다. 자동차가 자동으로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가사를 도와주는 로봇도 있다. 이만큼 세상은 많이 변했고, 앞으로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 주변에 각종 투표들은 어떠한가. 초등학교 반장 투표, 각 기관의 임원 투표, 모임의 대표를 뽑는 투표 또는 안건을 결정하는 투표 등은 아직도 종이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하는 곳이 많다.

 선거관리자가 투표 용지를 만들어서 투표인들에게 나눠주면, 투표인들은 투표하는 장소에 가서 투표 용지에 표시를 하고 투표함에 넣는다. 투표를 마친 투표지는 후보자별로 또는 안건별로 일일이 나누어지고, 그 수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이 같은 방식은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또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표를 나누는 과정에서 갈등이 조성되기도 한다. IT강국의 장점과 그 동안 발전된 많은 기술들을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위와 같은 종이 투표의 단점을 해소하고, IT기술의 강점을 살리고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위탁선거 및 각종 민간선거 지원에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을 도입하였다.

 스마트폰이나 PC로 투표가 가능한 온라인 투표는 시간과 장소를 구애 받지 않고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개표가 가능하다. 투표 용지를 만들 필요도 없고, 투표를 하러 투표소에 갈 필요도 없다. 2013년 11월 도입돼, 현재 아파트 동 대표 선거, 학교 선거, 당내 선거 등에 활용 되고 있다. 5년 동안 약 2,400여개의 기관·단체에서 총 277만 6,000여 명이 온라인 투표를 이용하였다. 이용자 수는 계속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대표성 확보는 결국 높은 투표율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어떤 대표자를 뽑아야 할지를 고민할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그 대표자에게 투표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쉽지가 않다. 투표인에게 쉽고 편리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당선자에게는 높은 투표율로 대표성을 확보해주는 것이 온라인 투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온라인 투표에 대리 투표나 해킹 등 보안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현행 온라인 투표시스템은 통신사 휴대폰 본인 인증으로 대리 투표를 차단하고, 키 분할 옵션 선택으로 임의 개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보안 조치가 돼있다.

 최근 정당의 경선 등을 통해서도 보안성과 시스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정의당 국회의원 후보자 경선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국민의당 당대표 경선, 바른정당 제19대 대선 후보 경선, 자유한국당 당대표 경선 등에 이용되었다.

 요즘은 은행 계좌의 돈을 이체하거나, 확인할 때 은행에 갈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돈을 이체하거나,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투표도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선거인이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온라인 투표가 선거인의 투표권 보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더욱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