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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1회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회가 22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김미희·박영식 심사위원, 이준관 심사위원장, 김진영 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장, 김바다 심사위원이 후보 작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노윤서기자 usnys@

울산 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1906~1940)선생의 삶과 작품세계, 문학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아동문학가의 창작의욕을 높이고자 제정된 '서덕출 문학상'이 열한 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해마다 아동문학인 사이에서 권위를 더해가고 있는 '제11회 서덕출 문학상'의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은영 시인의 수상 소감을 들어본다. 작품의 심사평과 심사위원들이 추천한 수상 작품집 속 주요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 심사평
서덕출 문학상이 서덕출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뒤 10회를 넘어 11회 수상자를 내게 됐다. 이준관(전 한국동시문학회장) 심사위원장을 비롯 박영식(동시인·울산아동문학회장), 김미희(동시인), 김바다(동시인), 김진영(시인·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장) 등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서덕출 선생의 문학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본심에 임했다.
 이번 11회는 동시집을 추천받는다는 공고를 낸 후 50여 편의 동시집이 추천됐고, 전화문의도 폭주했다.
 예심을 거쳐 최종 본심에는 '우주에서 읽는 시'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 '초록토끼를 만났다' '둘이라서 좋아' 총 4편이 올랐다.
 네 권의 동시집은 각각 나름의 장점이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재미와 공감을 끌어내고 있고, '초록토끼를 만났다'는 자연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이 뛰어났다. '둘이라서 좋아'는 희망을 잃지 않는 용기를 주는 동시집이었다. 
 수상작 '우주에서 읽는 시'는 어린이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있다.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동시집이다.
 수상자로 선정된 김은영 시인은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한 뒤, 꾸준히 어린이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좋은 동시집을 출간해왔다. 그와 더불어 동시를 쓰려는 후배들과 좋은 동시 쓰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대한민국 동시단의 큰 나무라고 할 수 있는 김은영 동시인의 수상을 축하한다.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일동

● 김은영 시인 수상소감
제가 사는 경기도에는 지난 월요일 첫눈이 내렸는데, 오늘 남쪽 울산에서 올라온 소식에 함박눈 같은 '눈꽃송이' 선물을 받은 듯 기쁘고 설렙니다.
 1989년 신춘문예 등단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받는 큰 상입니다.
 이 문학상이 '봄편지'를 비롯해서 주옥같은 동요시를 쓰신 서덕출 선생의 시 정신을 본받으라는 뜻으로 새기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시어를 다듬고 운율을 살려서 아름다운 노랫말이 되는 동시를 쓰는 데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제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 주신 울산신문사, 그리고 제 작품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김은영 시인은
1964년 전북 완주군 이서면 출생.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귤'로 등단. 현재는 경기도 남양주 조안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동시집 '빼앗긴 이름 한 글자'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아니, 방귀 뽕나무' '선생님을 이긴 날' '삐딱삐딱 5교시 삐뚤빼뚤 내 글씨' 등을 펴냈다.  


● 수상작 주요 작품


우주에서 읽는 시

백 년 뒤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는다.
우주여행 다니느라
시집 한 권의 감동을
알약으로 먹는다.
 
진공 포장한 고농축 알약
일 년에 한 알만 먹으면 끝이다.
 

괴물학교
 
아침이면
아이들을 꿀꺽 삼켰다가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에 뱉어 놓는다.

 
봄 산책
 
바람이 바람 타고 여행 가요.
구름은 구름 따라 흐르고
냇물은 냇물 따라 흐르고
개미는 개미 따라 줄지어 가요.
 
꽃은 꽃 따라 피어나요.
새싹은 새싹 따라 돋아나고
참새는 참새 따라 노래하고
아이는 아이 따라 놀러 나와요.
 

평화는 어디에
 
입시 전쟁
취업 전쟁
자원 전쟁
식량 전쟁
무역 전쟁
정보 전쟁
 
살아가는 일이
온통 전쟁이다.
 
이 세상 평화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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