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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훈
사회부

불안(Anxiety)과 공포(Fear)는 상호 연관이 있다. 공포가 불안을 일으킬 수 있으며, 불안으로부터 공포가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불안과 공포는 분명 다르다. 공포는 객관적이며 실제 현상에 근거해 생긴다. 객관적이다. 임박한 위험이 존재할 때만 튀어나오는 확실한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예를 들어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이상한 물체가 실제로 지나가는 현상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반면 불안은 실제적이지 않은 걱정이나 두려운 마음 때문에 나타난다. 그것은 사람의 상상이나 편집증에서 비롯된 압도적이고 불쾌한 감정이 급상승하는 것이다. 물리적 근거가 없다. 예를 들면 어두운 곳에서 혹시 귀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감정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경주 지진이 발생했다. 눈앞에서 창문이 부서질 듯 흔들리고 탁자 위의 물건이 떨어지는 실제 상황이 벌어졌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그리고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큰 지진이 지나가고 난 뒤 불안이 남았다. 이제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지면서 머릿속에서 비슷한 공포를 반복 생산하는 것이다.

 불안을 모두 떨쳐내지 못했는데 1년 만에 포항 지진이 찾아왔다. 경주 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새로운 공포를 만들어냈다. 지진 충격으로 땅이 지하수와 섞이면서 지반이 마치 액체처럼 물렁물렁해지는 액상화 현상이다. 울산도 액상화 고위험군에 속하는 연약지반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속 사정을 명확하게 알 수 없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불안과 닮았다.

 울산시가 액상화 현상을 '울산형 지진방재종합계획 수립'을 반영해 조사에 나선다. 실제를 알 수 있는 명확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결과가 나쁘면 대책도 수립돼야 한다. 그래야 불안을 떨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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