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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와 목도리 같은 보온용품 준비로 바쁜 계절이 돌아왔어요. 오늘 제가 소개할 그림책은 '페리다 울프·해리엇 메이 사비츠'가 글을 쓰고 '엘레나 오드리오솔라'가 그림을 그린 '이야기 담요'예요. 어른들과 아이들 전 세대가 감상할 수 있는 겨울 그림책이랍니다.


 먼저, 이야기 담요의 주인 바바 자라 할머니를 소개 할게요. 할머니는 눈 쌓인 산속 작은 마을에 살아요. 이야기와 뜨개질로 겨울 나눔을 실천하는 할머니지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고요. 아이들이 소복이 앉아있는 담요가 보이지요? 엉덩이들을 푹 담은 저 담요가 글쎄, 손뜨개 담요라지 뭐예요. 환한 색만큼이나 환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담요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볼까요?
 "그 해 겨울에는 눈이 하도 많이 와서 털실 장수가 마을까지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라는 대목에서 짐작이 되지요. 꼬마 이야기 손님 니콜라이의 구멍 난 신발에 마음이 꽂혀버린 바바 자라 할머니! 담요를 풀어 니콜라이의 양말을 뜬 바바 자라 할머니는 한밤 눈길을 헤쳐 배달까지 마치지요. 그 며칠 후에는 우체부 아저씨에게 기차만큼 긴 목도리를, 장작 나르는 산골 교실 선생님에게는 장갑을, 이바노프 아줌마에게는 앞치마를, 좀 먹은 숄을 두르고 다니던 반찬가게 아줌마에게는 새 숄을, 아기 올가에게는 포근한 새 담요를, 대머리 고깃간 아저씨에게는 털모자를, 털이 드문드문 난 재봉사 아줌마네 고양이에게 털외투를, 그러자 담요의 올이 똑 떨어졌다네요.
 이 모든 선행이 익명으로 이뤄지지만, 바바 자라 할머니가 선행의 주인공이란 걸  금방 알게 되지요. 이야기 담요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놀란 마을 사람들이 시장님을 찾아가면서요. 재봉사 아줌마네 고양이까지 참석한 시장님과의 면담 자리에서 서로의 몸에 두른 것들이 바바 자라 할머니의 '이야기 담요'라는 걸 보게 되지요. 이쯤 되니 '깜짝 선물'을 기획하지 않곤 못 배기겠죠? 지혜꾼 시장님이 당장 한 지혜 흘리시네요.
 "바바 자라 할머니께서 하시던 말씀 알지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남은우 아동문학가
 호호, 결말이요?
 집집마다 담요의 털실 푸는 소리가 요란했겠죠. 아침 대문간에 나온 바바 자라 할머니. 털실 산을 마주하고는 "오 마이 갓!"을 외쳤을 거고요. 이야기 담요는 다시 환하게 펴졌고, 아이들은 이야기 담요에 소복이 엉덩이를 묻었겠죠. 알렉산드라의 스웨터에 난 구멍이 바바 자라 할머니에게 발견되기까지 아이들은 "해피! 해피!"를 만끽했을 거고요. 언덕에 쌓인 눈은 여전하고, 마을 어디서도 털실을 구할 수 없었지만 바바 자라 할머니는 걱정 없었대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좌우명을 써먹으면 됐으니까요!" 남은우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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