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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법인을 둔 17개 지역농협이 일제히 급여의 70%를 삭감하는 전국 최악의 임금피크제를 울산에 동시·적용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불거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 울산본부가 개입해 임금피크제를 추진한 전 정부 정책에 대한 동참을 독려했고, 지역조합이 담합을 통해 유기명 동의서를 받거나, 반대할 경우 강등시키는 등 전횡이 빚어져왔다는 고발까지 터져나오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28일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중앙농협 등 울산내 17개(축협포함) 지역 농협은 내년 1월 1일부터 임금 피크제를 본격 시행한다. 대상자는 59년 생과 60년 생으로 모두 임금의 70%를 대량 삭감하고 고작 30%만 지급받게 된다.

 통상 30%를 삭감하는 기업들과는 반대로 적용되는 울산 지역농협의 피크제 임금은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전국 농협 가운데 최저수준이다. 30년을 근무한 59년 생의 경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7,000여만 원을 삭감하고 받게 된다. 신입사원 임금에도 못미치는 한달 200여만 원 꼴이다.

 지난 2015년 임금피크제가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17개 지역농협은 조합장을 중심으로 이같은 내용에 대한 직원 동의서를 제출받았다. 이는 농협중앙회 울산본부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알리며 울산지역농협도 동참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과 별도로 운영되지만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보니 이같은 정책적 관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합은 찬반의견 수렴을 게시판을 통해 진행했고, 해당 직원의 이름을 쓰고 임금피크제 동의여부를 표시하는 방식의 '공개 투표'를 진행했다.

 당시 신분이 노출된 상태에서 권력을 가진 조합장에 반기를 들기 어려워 대다수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지역농협 직원들의 해명이다. 실제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에서는 반대 의견을 표명했던 간부가 상무에서 팀장으로 강등을 당하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전언이다.

 신분 공개를 꺼려하는 모 조합 관계자는 "별도의 법인을 가진 17개의 지역농협이 한꺼번에 일제히 같은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모종의 담합이 있었고 중앙회가 불법으로 제도 도입을 이끌었다는 증거"라며 "당시 K모 울산본부장이 농협중앙회 임원으로 가기 위해 정부의 핵심정책이었던 임금피크제 성과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이 현장까지 파다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 직원 중 일부는 '중앙회가 불법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 무효'를 주장하며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관련 직원은 "지역농협 특성상 노조가 있는 조합이 2곳에 불과하고 이들 노조마저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어서 중앙회 지휘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국 1,131개 농·축협 가운데 54.3%에 해당하는 615개 사업장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진정을 받은 울산지청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회신도 없는 상태"라며 갑갑해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에서는 충분한 설명을 거쳤고 민주적인 찬반 투표를 진행하도록 하는 등 공정성을 기했다는 입장이다.

    농협울산본부 경영기획단 박해병 단장은 "지난 2015년 첫 설명회를 하면서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만 57세 직원들에게 2년간은 100%를 지급하는 대신 이후 2년 간은 30%를 지급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은 맞다"며 "다만 노조나 노사협의회를 통한 투표를 거쳐 투명하게 적용하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또 "안건이 가결된 이후에도 이에 동의 하지 않는 대상자는 30%를 적용받기 직전인 만 58세 연말에 명예퇴직금을 13개월치 이내를 지급받도록 선택권도 줬다"고 강조했다.

 17개 울산 지역농협에는 총 900여 명이 종사하고 있고, 이 가운데 내년부터 30%의 임금을 적용받는 대상은 59년생 12명, 60년생 18명 등 모두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내부집계됐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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