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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시교육청 어울림기자단

내일이면 올해도 한 장의 달력만을 남겨두게 된다. 세월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새해맞이와 지난 여름 열대야가 아직도 생생한데 따끈한 군고구마가 생각나는 겨울이 바로 코앞이다.

 그래서인지 가을의 시작, 울산교육의 미래 주역인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이 새삼 그립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한 버스여행은 따뜻한 커피잔의 온기처럼 아직도 따끈하다.

 지난 11월 3일, 새벽부터 서둘러 준비를 마친 학생들이 오전 7시가 되기도 전에 울산교육청에 주차된 버스에 올랐다. 들뜬 마음을 내심 감추고 앉아 있는 모습들이 제법 의젓하기까지 하다.

 울산교육청의 '여행하며 책 읽는 데이'의 세 번째 여행지는 출판의 도시 파주였다. 울산을 벗어난 곳은 처음으로, 28명의 학생과 교사들의 기대와 함께 시작된 여행은 서두른 덕분인지 넉넉한 시간안에 파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시를 나타내는 상징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도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이번 여행지인 파주는 울산보다 앞선 단풍 때문인지 곳곳의 가로수와 어우러진 풍경들이 도시 전체를 잡지에서 방금 본 것처럼 연출해내고 있었다.

 여행가방을 챙기면서 책 한 두 권쯤은 꼭 넣어가던 예전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더 많은 책을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책의 도시 파주에 오니 그런 걱정들이 싹 가신다. 파주는 곳곳이 책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파주에서의 첫 일정으로 1912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인쇄소이며 4대째 가업을 계승하고 있는 '보진재'를 둘러보았다. '보진재'에서는 인쇄 등 출판의 전 과정을 알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됐다. 다음으로 '창비'출판사에서는 책도 직접 만들었다. '창비'는 1966년 1월 창간된 계간지 '창작과 비평'을 만든 곳이다. 이곳에서 알게 된 것은 한권의 책에도 각각의 명칭이 있다는 것이다.

 책을 책꽂이에 꽂으면 보이는 부분은 '책등'으로 책 제목, 작가 이름, 출판사가 적힌다. 책 표지를 넘기면 처음 시작되는 부분은 '앞날개'이며 작가 사진·소개가 주로 적힌다. 차례는 책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제목이 적힌 쪽과 반대편 표지는 '속표지'이며 책의 줄거리를 소개해서 책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위해 출판사가 심혈을 기울이는 곳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맨 앞이나 맨 뒤에 있는 '판권'은 책을 만든 날짜, 작가 이름, 출판사 관련 정보, ISBN, 저작권 안내가 적힌다.

 한권의 책에도 숨겨진 명칭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오후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 숙소인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대회의실에서 인문학자 김경윤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10가지 지침' 특강이 시작됐다. 이때 학생들이 '나에게 힘이 됐던 책속의 말'을 발표하는 순서가 있었다. 모두가 너무도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28명의 학생들이 읽은 28권의 책을 마치 나도 함께 읽은 것처럼 느껴져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어른은 아이의 길잡이라고 한다. 어른들이 만든 발자국을 따라서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울산교육청이 오늘 만든 첫발자국은 그들의 인생에 커다란 나침반이 될 것이다. 책 한권을 선물 받아도 가슴이 뛰는데 책의 도시 파주로의 여행을 선물 받는 학생들은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벌써 다음 여행지를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바람에 작은 보탬을 더하기 위해, 나도 내년에는 '여행하며 책 읽는 데이'에 울산 학생 모두가 참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새해 첫 해맞이에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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