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런 식으로 정치할 수 없다"는 그의 말 한마디는 복잡한 속내를 다의적으로 내포한다. 일단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의 갈등이 그의 감정선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고 전 총리는 자신에게 불어닥친 위기를 정면돌파하지 않고 중도 포기를 한 셈이다. 평소 "나서야 할 자리와 물러서야 할 자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고 전 총리의 지론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특히 '더 이상 정치판의 정략에 휘말릴 수 없다'는 나름의 고집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평소 '행정달인'으로 불리며 깔끔한 국정운영이 돋보였던 고 전 총리였으나 '정치인 고건'으로서는 과단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에 따라 스스로 발을 뺐다는 분석도 있다. 어찌됐든 이로써 대선을 11개월 앞둔 정치지형에 다시 한 번 후폭풍이 강하게 몰아칠 전망이다. 범여권의 대통합 구도에 구심점이 없어진 한편, 야권에서도 '확실한(?)' 경쟁자를 잃어버려 대선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고 전 총리, 개인으로서도 일생의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고 전 총리는 그동안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상대적으로 참신한 이미지를 가꿔 왔다. 그래서 비정치권에 있으면서도 늘 '대안'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었고,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상황이 오히려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