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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을 들끓게 했던 현대자동차의 불법파업이 종료되면서 새삼 강조되는 것이 돈이다. 선량한 근로자와 전 국민을 볼모로 한 치 양보 없는 대치를 했던 현대차 노사(勞使)분쟁의 최대 쟁점은 결국 성과금 50%를 받느냐, 못 받느냐에 귀착됐다.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으니 성과금 삭감은 당연하다는 사측과 무슨 소리냐, 성과금은 목표 달성과 관계없이 당연히 받을 임금이라는 노측의 샅바싸움이 20일 넘게 계속되면서 여론은 돈에 악착을 뜨는 노사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모두가 돈의 노예로 살고 있으면서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된 것은 어쩌면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우리사회 시스템이 아직까지는 돈 못지않게 명분에도 좌우된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다. 돈을 벌기는 벌되 사람답게 벌라는 요구다. 또 명분을 잃은 돈벌이는 용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윤리이자 정서다. 그것도 평균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들이 돈 얼마를 더 받자고, 사회분위기와는 아랑곳없이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데 대해 눈살을 찌푸렸다. 월 평균 100만원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일자리가 없어 천덕꾸러기로 살아가야 하는 가장들을 더욱 분통 터지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현대차 노사분쟁이 불안한 봉합을 하자말자 형제간의 '돈 싸움'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현자파업 이어 형제의 난
 이는 '왕자의 난'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대변되는 우리 재벌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별반 돋보일 것도 없이 흔하디흔하게 접할 수 있는 우리주변 형제간의 분쟁이지만,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막가는 모습을 띄고 있다. 재벌가의 전쟁이라면 승패에 따라 그 전리품도 상당하겠지만 이들 형제간의 싸움에서는 어느 한쪽이 이기더라도 상처만 남게 되었다. 자신들의 형을 '파렴치범' '천륜을 저버린 인간' 등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제 사법부의 심판을 기다리는 단계를 넘어 감사원과 청와대 홈페이지에까지 형을 탄원하는 진정서를 제기하고 언론에도 이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폭로하는 전면전 양상이다. 사실 관계를 떠나 이런 치부가 세상에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이들 형제에게는 치명적인 패륜이 되고 있지만, 이들은 이를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맏형, 피진정인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7남매의 돈을 무작위로 끌어다 쓰고도 안면을 몰수함으로써 비롯됐다고 한다. 특히 피진정인은 형제들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 막대한 돈벌이를 했으면서도 형제들에게 빌려간 돈의 원금마저 떼먹는 금수만도 못한 짓을 했다고 한다. 이들 형제는 그러면서 피진정인에게 자금을 끌어다주면서 들었던 갖가지 이야기를 검증도 없이 '카더라' 식으로 공개했다. 실명과 함께 공개된 연루자, 돈을 받았다는 사람들은 울산지역 사회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공인들이라 파장이 심상찮다.
 아직 어느 언론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어 뭐라 단언할 수 없지만, 이들 소문 가운데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울산지역 최대의 비리스캔들로 발전할 수 있다. 건축허가가 불가능한 지역에도 대단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작용하는 힘이 실제 존재하고, 이것이 통용된다는 것만으로도 일반시민들에게는 엄청난 박탈감을 가져다 줄 사안이다. 또 이를 빌미로 숱한 몰이꾼들이 빌붙어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다면, 형제싸움이라는 것을 떠나 단죄 받아 마땅하다는 여론이 비등할 것은 너무도 확연하다. 때문에 이 같은 진정 내용이 단순히 형제간의 불화와 돈관계로만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들 형제간의 싸움을 보고 있으니 돈과 지위 앞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되는 듯해 뒷맛이 영 개운치 못하다.

 

   혈육마저 저버린 돈싸움
 삼국시대 조조의 아들로서 문재(文才)가 당대를 압도했던 조식이 형 조비의 위협에 마지못해 썼다는 칠보시(七步詩)의 한 구절에서 이런 세정(世情)이 잘 녹아있다. 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 상전하태급(上煎何太急), 본디 같은 뿌리(한 어버이)에서 태어났건만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자두연두기(煮豆燃豆其)로도 유명한 이 시는 육친(肉親)의 불화를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돈벌이에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들먹일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금수(禽獸)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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