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 드라마 작가들이 시청자들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올라온다. 드라마에 몰입한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소망대로 결말을 이끌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작가들은 자신들이 당초 설정했던 극본을 수정하기도 한다. 급기야 시청자들의 의견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드라마까지 생겨날 정도다.
 지난해 말 성과금 문제로 시작된 현대자동차의 잔업 거부와 부분 파업이 일단 마무리됐다. 21일간의 결코 짧지 않은 '드라마'를 지켜 본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사지 않겠다는 불매운동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에 주역이었던 노사의 선택에 실망한 탓이다.
 이번 현대차 드라마를 차분히 되짚어 보면 시청자 격인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에서 그동안 노조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사측의 반전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조합원이 4만3천명에 이르는 단일 노조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87년 결성된 후 20년 가까이 울산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현대차 노조는 강성 이미지로 사측과의 협상에서 줄곧 우위에 있었으며, 갖가지 성과들로 노조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의 희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노조의 정치파업이 늘어나면서 사측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갔다.
 현 집행부가 지난해 벌인 파업 중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과 한미FTA 반대 등과 관련해서다. 노조는 이들 사안들이 조합원들의 권리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조업 종사자 평균 연봉의 갑절을 받는 '귀족노조'가 툭하면 작업거부와 파업, 심지어 폭력행위까지 서슴치 않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여기에다 취업비리, 노조 창립기념품 비리까지 연이어지면서 '도덕성'마저 무너진 노조를 곱게 볼 리가 없었다.
 대다수 언론들과 수많은 국민들이 '일하지 않아도 각종 명목의 보너스'를 주는 관행을 넘어서려는 사측의 '원칙고수'에 많은 지지를 보낸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대차 드라마는 또 한 번의 반전으로 결말을 보고 말았다. 그 결말에는 사측이 말하던 '원칙'이 상당부분 훼손되어 있었다. '일한 만큼 주겠다'는 회사의 설명으로는 사측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지금 일각에서는 '현대차 안사기'를 주장하고 있다. 채널 선택권은 시청자들의 몫인 만큼 드라마에 실망한 국민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현대차 사태는 보고 안 보고를 채널하나로 선택해도 되는 드라마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차 밥 안 먹는 사람 없을 정도'로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 뿐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현대자동차가 없는 울산도, 우리나라 경제도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현대차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할 일은 자명해진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다시는 이런 저질스런 드라마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 상생의 노사 관계를 정립해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현대차 안 산다'는 내용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