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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강남과 강북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말은 하도 많이 들어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입학철만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주소지를 남구로 옮기려는 부모들의 극성이 왜 일어나겠는가. 바로 이 같은 학력 차를 나타내는 수치를 고육당국이 걸핏하면 내고 있는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계속 환기시키는 저의를 모르겠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1학기 국어, 영어, 수학 3개 과목에 대한 중학생 학력진단 평가 결과 강남교육청 관내 중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66.36점으로 강북교육청의 평균 점수인 62.7점보다 3.66점이 높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는 지난 2004년 같은 평가에서 나타난 결과보다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를 매년 두 차례씩 발표하는 이유를 "학생 개인별 교과학습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주장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학교평준화는 왜 했는가. 학생들 간의 학력 차이는 엄존하기 마련이고, 그 학습능력에 맞춰 차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모두 똑 같은 틀 속에 넣어 무슨 집체교육을 하듯이 하고 있지 않은가.
 우수한 학생이 우수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고교차등화는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다. 이에 반해 지금의 고교평준화 상황에서는 부모의 능력에 따라 갈 수밖에 없어 수학을 할 학생 당사자의 선택권은 박탈당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 공부를 잘 하면서도 평균학력이 높은 좋은 학교를 갈 수 없도록 하는가. 울산의 강남과 강북 주민들의 소득격차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학생들은 그보다 못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학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학업에 열중, 좋은 성적을 올린 학생에게는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이것과 전혀 상반되게 가고 있지 않은가. 열심히 공부를 해도 특수목적고 진학 수준의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하고 나면 강제 수용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고교평준화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교육백년대계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당국만이라도 이 같은 일을 심화시킬 통계 발표는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강북과 강남의 학력수준을 발표할 때마다 학생들이 감내해야 할 박탈감과 열등감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겠는가. 뻔히 아는 사실을 공개, 염장을 찌르지 말고 근본적인 대응책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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