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어느 공무원은 사석에서 "다음 단체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승진은 물 건너 갔다. 승진을 포기하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하고 마음 편하다"고 했다. 이 공무원의 말은 얼핏 눈치 보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만 충실히 하는 소신파의 강직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개의 공무원이 상사나 동료들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에 비해 의외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을 되짚어 보면 '다음 단체장'이라는 단서가 있다. 즉 지금의 단체장과는 코드도 맞지 않고, 눈에 벗어났으니 내 방식대로 하면서 다음 단체장이 들어설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승진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회주의자의 처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 이면에는 '철밥통'인 공무원의 밥그릇을 뉘라서 함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오만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공무원이라는 조직은 모든 업무가 상호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 어느 일방이 제 마음대로 한다면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런 유아독존은 용납될 수 없는 태도다. 공무원은 민원부서에서부터 인허가, 일반관리업무에 이르기까지 한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이 같은 사고를 하는 공무원이 핵심 위치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모든 업무가 헝클어지기 마련이다. 민원서류가 쌓여 있어도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재고 뭐고 갖가지 이유를 들어 차일피일 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현재 울산의 각 구청에선 책임자라 할 5급 사무관과 6급, 즉 팀장 라인에서 유독 많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울산 남구청이 22일 정기인사를 통해 사무관급 과장과 동장 2명을 총무과로 대기 발령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남구청은 이 같은 결정 배경과 관련 "주민의견과 지역출신 시·구의원들의 평가, 구정 참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론이다"고 말했다. 업무를 더 이상 주었다가는 민폐와 원성만 키울 수밖에 없어 내린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남구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이어 있을 6급 인사에서도 이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인사지침을 밝혔다. 울산시가 지난 19일 인사에서 공무원 4명을 사실상 대기발령이라 할 '시정지원단'에 배치한 데 이어 나온 조치여서 울산 공무원사회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울산시민은 차제에 이런 인사를 더 많이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연공서열에 안주하고 있는 공무원사회에 경쟁풍토를 조성하고,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