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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기축년 새해를 맞이한다. 걱정이 앞선다. 2008년 무자년 한해가 유난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주요 뉴스는 대부분 암울했다. 10 대 뉴스의 첫머리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금융위기와 경제침체가 차지했다.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출발이었다.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은행과 투자사들의 도산과 부실이 잇달았다. 소비가 줄면서 생산은 더욱 위축됐다. 경기침체다.


 세계 경제의 아픔은 우리 경제에게 더 큰 고통을 주었다. 지난해 마감한 증시의 코스피 지수는 1,124로 1년 만에 772포인트 40%가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52%가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428조원이 증발하면서 600조대로 급감했다. 주택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자산이 줄어든 가운데 직업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한 이들이 늘어났다. 빈곤층이 확대됐다.


 국제 뉴스 중에는 테러와 전쟁이 두드러졌다. 종교적 차이로 인한 인근 국가와의 갈등에 따른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도심 호텔 테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라크 도심의 군중을 대상으로 한 자폭테러는 끊이지 않았다. 테러와 전쟁은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미래의 평화를 어둡게 한다.


 국내 정치 역시 후퇴했다. 여야의 법안 심의와 결정 과정에서 대화와 합의 정신이 실종됐다. 예산안 통과와 한미FTA 상임위 심의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하자, 여당은 설득과 논의 대신 압도적인 의원 수의 물리력을 행사했다. 방송법 등 미디어 7대 법안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야당의 반대와 언론노조의 파업 등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통과 방식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남북관계도 냉각됐다. 고위급 회담 성과를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과 식량지원이 끊겼다. 금강산과 개성 관광도 중단됐다. 개성공단의 운영마저도 축소 위기에 직면했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은 남북 평화의 정치적 성과다. 식량지원과 관광지 개방은 남북 신뢰의 사회적 근거다. 개성공단은 남북 협력의 경제적 가치다. 남북 교류와 협력이 중단될 때, 안보 리스크의 제거에서 누려온 사회적, 경제적 안정 효과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손실이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도 심화됐다. 한미간의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이루어지자 광우병 쇠고기 수입 우려로 이어졌다. 촛불시위가 100일 이상 지속됐다. 대운하 건설에 대한 사회적 반대가 거셌다. 하지만 이름만 바꿨다는 지적을 받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안동에서 착공됐다. 일부 공직자의 기독교계 활동 참여와 불교계에 대한 폄훼 등 종교적 편향 논란도 제기됐다. 한편 고 최진실씨 등 일부 연예인의 자살은 사회적 충격이었다.


 정치적 대화와 토론의 장이 사라졌다. 경제적 자산의 감소와 성장의 축이 휘청거렸다. 국제적 신뢰가 줄었다. 사회적 갈등이 주요 사안별로 폭발했고, 또 여전히 해소돼지 않았다.


 이처럼 상황이 너무 힘들 때 역설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반가운 소식도 있다. 먼저 어둡고 우울한 내용으로 가득했던 2008년도 결국 한해를 마감했다. 그리고 2009년은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다시 원점에서 생각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기회를 가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에게 아직 가장 큰 자산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바로 희망이다. 우리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동안 결코 절망은 발붙일 수 없지 않은가.


 새해 아침이다. 화가에게는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지기 이전의 흰 캔버스다. 작곡가에게는 아직 음표가 부여되기 이전의 오선지다. 문인에게는 씌어지지 않은 빈 원고지다. 예술인은 이처럼 빈 공간을 저마다 채워 스스로의 감정을 표출하고, 세상과 소통한다. 소통에 성공한 예술인의 표현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모두 희망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혼과 열정을 다해 자신을 드러내고 겸손히 세상의 반응을 기다렸다. 2009년, 우리는 희망으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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