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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울산 남구청 공무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언제 또 다시 전례 없던 방식을 인사에 도입할지 예측을 못하고 있어서다. 임용과 동시에 정년까지는 천재지변이 없는 한 보장될 줄 알았던 신분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말이 근신발령이지, 개전의 정을 확인받지 못하면 언제고 퇴출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6급 계장 자리도 좌불안석이다. 잇단 파격 인사로 관심을 끌어온 남구청이 이번에는 구청의 관리직인 6급(계장)을 실무자로 전환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해 주목되고 있다. 30일 울산 남구청은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조직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지금까지 관리직이자 결재자로 실무를 맡지 않았던 6급 103명에게 실무를 맡기기로 했다. 그동안 울산공무원 사회에서 같은 6급이라도 본청에 있으면 30대 머슴이지만, 구청이나 사업소로 나가면 60대의 예우를 받는다던 우스개가 있다. 구청 6급은 관리직이자 결재자이지만 본청 6급은 5급 승진을 위해 피 말리는 경쟁을 해야 하는 자리다. 물론 본청 6급은 구청 6급을 거치고 나서야 주어지는 자리지만 장소에 따라 대접은 이처럼 천양지차다.
 구청에서 6급 공무원을 만나려 가면 거의 예외 없이 슬리퍼 차림이다. 현장을 뛸 일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남구청은 이번 인사에서 이런 틀을 혁파했다. 예컨대 남구청은 관리직인 6급이 실무를 맡게 되면 그 만큼 인력 충원 요인이 발생하지 않게 돼 다음 달부터 정원 감축작업을 통한 공직사회의 거품제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장은 또 관리직 업무에만 한정하지 않고 담당계의 주요 실무도 1~ 2개를 병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남구청은 이와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하위직 공무원들의 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5급 사무관 자리를 신설해 '경쟁력을 갖춘 공무원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9급 공무원의 정원도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올해부터 인력감축 등을 통해 총액인건비제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5급 이하 공무원의 정원 신설을 할 수 있도록 변경된데 따른 판단이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6급은 공무원 조직의 허리이자 핵심으로 이들이 실무를 맡아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그 만큼 대민 행정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남구청이 공직사회를 긴장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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