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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과기대가 오는 3월 2일 울산시민의 염원을 담아 역사적인 입학식을 갖는다. 울산과기대는 한국과기원과 포항공대를 능가하여 세계 최고의 이공계중심대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과목 영어강의와 융합학문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과학은 여러 분야들(물리학, 화학, 지질학, 생물학, 천문학, 심리학 등)로 나누어져 있고, 이런 분야들은 또 각각 세부 분야들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사를 살펴보면, 19세기 말까지 과학의 각 분야들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즉, 과학자들끼리 서로 인접 분야의 연구 성과를 전혀 모르고 각자의 분야에만 몰두하였다. 예를 들어, 생물학자들은 지질학의 연구 성과를 의식하지 못했었고, 지질학자들도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의식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20세기가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학의 여러 분야들을 갈라놓았던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과학자들끼리 소통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의학자들은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 화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학문 간의 벽이 무너진 후, 과학의 각 분야들에서 나온 연구 성과들(과학적 지식)은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망을 형성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전자기파이론, DNA이론, 열에 대한 운동이론, 진화론, 판구조론은 서로 정합(cohere)한다. 전자기파이론과 DNA이론은 서로 협동하여 피부가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 왜 피부암에 걸리는지 설명한다. 전자기파이론과 열에 대한 운동이론은 아보가드로의 수를 결정하는데 사용되어 동일한 결론을 내리게 해주었다. DNA이론과 열에 대한 운동이론은 협동하여 근육의 수축과 같은 새로운 현상을 설명한다. DNA이론은 다윈의 진화론에 살을 붙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화론은 판구조론과 협동하여 어느 시대의 어떤 화석이 어느 대륙에서 발견될 것인지 예측하게 해주기도 했다.


 과학자의 임무 중의 하나는 가설을 세워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가설이란 세계에 대한 추측으로서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우리는 가설이 옳기를 바라지 그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옳은 가설을 세울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애초에 가설을 세울 때 인접학문의 연구 성과를 고려해야한다. 인접학문의 연구 성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세워진 가설은 그만큼 옳을 확률이 낮다. 예를 들어, 생물학자가 생물학적 지식만을 이용하여 가설을 세우는 것보다, 물리학자, 지질학자, 화학자 등과 협력하여 가설을 세우면 그 가설이 옳을 확률은 그만큼 올라간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울산과기대가 융합학문을 지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자들끼리 협력하여 나온 양질의 가설은 세계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세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 공학자들은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물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울산과기대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연구와 교육의 방향이 제대로 설정된 셈이다. 이런 올바른 방향에 유능한 학생들, 직원들, 교수들의 책임감과 열정이 어우러진다면 울산과기대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융합학문을 하는 것 자체가 목표는 아닐 것이다. 융합연구를 수단으로 활용하여 양질의 논문을 보다 더 많이 출판하고, 유용한 물건을 좀 더 많이 만들어 내고, 학생들로 하여금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좀 더 길러 주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울산과기대의 위상뿐만 아니라 울산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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