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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올해도 저물고 있다. '다사다난'이라는 식상한 단어가 참 어울리는 한해였다. 눈으로 보고도, 귀로 듣고도 쉽게 믿지 못할 황당한 음모론이 실제로 존재하고 현실에 버젓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새삼 인생살이가 새롭다. 
 올해의 키워드는 단연 '적폐'인지라, 내 주변에도 켜켜이 묵은 썩은내가 어디서 나는지 킁킁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울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에 슬쩍 코를 갖다 붙이니 지금껏 맡지 못했던 부패의 악취가 맡아진다. 

 고래고기 환부사건이 그렇다. 적법  처리했다는 울산지검의 당당한 입장과는 다르게 무엇인가 심하게 썩는 냄새가 나고 있다. 경찰은 썩은 무엇인가가 '수억 원'이라는 것으로 추정하던데, 어디 한 군데 푹 묵혀 두어 부패가 시작된 듯 하다. 악취와 함께 실려오는 이야기는 '해외 도주설'인데 경찰이 빨리 찾았으면 좋으련만. 
 중구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 쇼핑몰'도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현 건물주가 귀신같은 투자 감각으로 건물을 사들인지 한달 만에 중구가 8억 원을 들여 새단장 해주고 있기도 하고, 공사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 관계가 원할하지 못한 점도 자꾸 눈길이 간다. 

 '죽통작업'으로 거액을 횡령한 아파트 분양 비리 사건도 석연치 않은데, 검찰은 4일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풍문은 풍문일 뿐"이라는 멘트를 남긴 채. 
 주변을 둘러 보니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적폐 흔적들이 넘쳐난다. 인터넷에는 "언론이 이 시대 마지막 적폐"라는 섬뜩한 말도 들리는데, 당당하게 부정을 못하겠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는 또 오겠지만 내년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무색하다. 늘 굳건한 자리에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려 핍박하는 이 시대 적폐들의 습성은 여전할 테니.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적당히 좀 하라"는 소심한 견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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