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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00일. 여전히 촛불과 태극기는 양극단에 서 있다. 적폐청산을 정치 보복이라 주장하고, 너희들은 그렇게 안 했냐? 신 적폐라 똑같이 그렇게 된다고 위협한다. 아직도

 

촛불과 태극기는 거리를 활보한다.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둘로 갈라진 대한민국이다. 촛불이 태극기를 불태우거나, 태극기를 흔들어 촛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촛불이 태극기를 밝혀 주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길 소망하면서 이 글을 쓴다. 
 개인이 있어야 국가가 있는 것일까.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있는 것일까. 촛불과 태극기가 대립하는 그 현장에서는 사실 거대한 이데올로기가 충돌하고 있다. 가만 보면 진보와 보수가 자리하고 있다. 보수는 무너져 있고 가짜 보수(?)가 설치고 있긴 하지만. 

 촛불과 태극기. 촛불은 개인을 상징하고 태극기는 국가를 상징한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고 홀로 있으면 힘도 없고 밝힐 수 있는 범위도 넓지 않다. 여럿이 모이면, 모인 만큼 그 주변을 밝힐 수 있다.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모이는 것도 사실 개개인들은 힘이 없지만, 함께 뭉쳐 있을 때 힘이 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거리 곳곳에 촛불이 모인 것이다. 이렇게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 
 촛불을 들고나온 사람들은 개인의 행복, 개인의 자유, 사회 정의가 중요하고 국가는 그것을 지켜주고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못했기에 저항을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것이다. 
 태극기는 국가를 상징한다. 개인들이 모여서 필요 때문에 만든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거대한 권위에 의해 세워진 하나의 복합체를 말한다.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나오는 이들은 태극기가 바로 국가이다. 

 이들의 생각은 국민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국가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들보다 국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은 국가에 종속된 요소라고 자각하고 있다. 태극기 하나로 나라를 구했고, 태극기가 유일한 희망이었고, 역사가 되었다 생각한다. 
 이들은 오랜 전부터 국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개인이 희생을 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학습되어 왔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나오는 것이다. 
 태극기는 그들의 것이기도 하지만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다. 촛불과 태극기는 서로 다른 집단이 아니다. 
 촛불은 나라를 바르게 밝히고 싶었고, 태극기는 나라를 감싸 안고 싶은 게 아닐까. 그들은 다 한때 한 장소에 모여 다른 듯했지만 같다. 대부분 비폭력적이었고, 평화로웠다. 세계가 놀란 두 집단의 집회는 한국인의 정의와 사랑과 온정과 도덕과 개혁을 바라는 집회였고, 국민 소통을 원하는 것이었다. 

 


 이제 서로 용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양극단으로 나뉘어 싸우다 보면 우리가 바라는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남북으로 갈렸는데 또다시 이러다 나라가 쪼개진다. 동서로 갈리고, 세대로 갈라진다. 자식과 아버지가 갈라선다.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이 나서야 하고 여야 대표가 나서야 한다. 사회 지도층이 나서야 한다. 종교를 가진 자는 성전에 화해를 기도해야 한다. 
 촛불과 태극기는 둘로 나누어질 것이 아니요, 소통으로 이어져 함께 나아가야 한다. 보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촛불이여, 태극기여 우리 함께 나가자!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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