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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내년에 고작 8개월 치 일감으로 한 해를 나야하는 최악의 '일감절벽'에 봉착한 가운데(본보 10월 8일자 9면보도)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경영정상화가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마저 설계 등을 거쳐 조업 가능한 일감이 되려면 최소 1~2년은 지나야하기 때문에 일감 부족에 자금난까지 겹치는 내년은 최악의 '보릿 고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당장 내년부터 회사 운영자금 투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수조원의 빚을 진 상황에서 올해 수주 마저 여의치 않았던 탓이다.
 


현대 중공업 관계자는 "통상 그룹 3사의 운영자금이 매월 2조원에 달해왔지만 올해는 시장 상황이 달라져서 정확한 계산은 어렵다"면서도 "내년엔 일감 공백이 생기는 만큼 경영상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올해 10월말 기준 총 121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121척 중 현대중공업의 수주 척수는 37척에 불과하다. (현대미포조선 56척·현대삼호중공업은 28척)이 같은 수주실적을 반영한 현대중공업의 상선 수주잔량은 10월 말 기준 총74척이다. 이 중 3척은 이미 완공돼 인도를 기다리고 있고 33척은 현재 야드에서 건조 중이다.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선박은 고작 38척 뿐인다. 6척은 이달과 다음달 중 착공하고 8척은 2019년 이후에 건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내년 물량은 24척이 전부다.

최근 수주한 선박들은 설계 등을 거쳐 빨라야 2018년 하반기에 착공에 들어가고 앞으로 수주할 선박들은 대부분 내년말 이후에 건조하게 된다.  지난 9월 폴라리스쉬핑에서 수주한 초대형 광석운반선 10척도 2척만이 내년 7월에 착공되고 나머지 8척은 모두 내년 2019년 이후에 건조에 들어간다.  해양사업부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재 야드에서 작업 중인 공사가 나스르(NASR) 플랫폼 단 한 건 뿐인데 내년 7월께 나스르 공사가 출항하고 나면 더이상 일감이 없다.

결국 엔진기계사업본부는 6개월치, 플랜트사업부문은 10개월치의 내년도 일감을 확보하는데 그친 상태다.

현대중공업 측은 증자 없이 내년 고비를 넘기기로 하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단 자구계획안을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3조5,000억원의 유동자금을 확보한 상태여서 어렵지만 견딜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6월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 총 3조5,000억 원 규모의 경영개선계획을 발표한 이후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을 이행해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분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최근에 신규 수주도 조금씩 추가되고 있고, 현재 부채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86%까지 낮아진 상태다"며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원가경쟁력, 안전, 품질 등으로 위기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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