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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수성대 외래교수

2017년을 맞이한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접어들었다. 1년 동안의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돌이켜 보면 여러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힘들었던 기억마저도 희미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진다.

묵은 해를 보내노라면 아쉬움과 여러 감정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마음 한 부분 자리 잡고 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안고 남은 한해의 시간들을 잘 마무리하고자 한다.

얼마 전 송년 모임을 다녀왔다. 한 해 동안 고마움을 주신 분이나 가까운 지인들을 위해 송년 모임을 주로 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송년 모임은 필자도 내빈으로 초청돼 대부분 초면인 분들과 함께했다.

모임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늘 즐겁고 설렌다.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의미 있고 귀한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강연과 음악이 함께한 모임이어서 유익한 배움이 있었고 평소 접하지 못한 문화와 인간적인 아름다움마저 향유 할 수 있었다.

초청 강연이었던 방송인 김혜란 소장님의 사투리와 표준어로 함께한 강연은 무척 인상 깊었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와 완벽한 표준어로 강의가 진행돼 2가지 언어를 듣는 느낌이었다. 지역 특성상 사투리로 강의하는 부분은 무척 공감되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졌다. 표준어로 강의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오히려 소통과 화합을 더욱 공고히 하는 매개체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음악공연으로는 성악가 김한재 님의 무대가 있었다. 아름답고 깊이 있는 목소리는 모임을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사실 일반인으로 살아가며 클래식 음악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모임에서의 음악공연은 지치고 힘든 일상의 잡념을 없애버리고 심신을 힐링 하기에 충분했다.

돌이켜보면 해마다 연말이 되면 송년회 사건사고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송년 모임이 음주가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술이 중심이 된 송년 모임은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특히 억지로 강요하는 술은 정도를 넘어서는 일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실로 다양하다. 연말 취객을 대상으로 한 절도나 폭행사건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음주운전의 적발 사례도 자주 접한다. 술을 마시더라도 본인은 괜찮다는 인식은 반드시 버려야 할 생각이다. 음주운전은 본인 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행위이다. 반드시 택시를 타거나 대리운전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술을 마셔야 더 친밀해 질 수 있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술이나 가무, 장기자랑 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만남을 갖고 추억에 남는 송년 모임을 할 수 있다. 특히 강요된 음주가무는 오히려 상대를 부담스럽게 할 수 있다.

술이 주가 되는 모임보다 연말연시 서로에게 삶의 깊이를 더해주고 내면을 채울 수 있는 모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강연과 음악이 깃든 송년모임은 시간이 지나서도 추억을 나눌 수 있는 모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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