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주화 경제부 기자
하주화 경제부 기자

접대문화와 명절마다 오가던 선물이 사라졌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던 화환과 조화도 자취를 감췄다. 이른바 '3·5·10' 법으로 통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자리잡은 풍경이다.

부담스럽고 과도했던 접대 업무에서 벗어났을 땐 홀가분하고 관계도 깔끔해졌다. 다만 공직자 선배와 차 한잔 마시거나 고마운 스승에게 선물하나 보내면서도 눈치를 봐야할 땐 고약했다.
기자들 역시 취재나 식사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머릿 속으로 미리 정산기를 돌려봐야하는 일이 허다하다보니 업무 전반이 껄끄럽기 일쑤였다.

누구나 그랬듯 상황이 바뀔 때마다 '미덕'이냐 '부정'이냐를 놓고 혼돈이나 논쟁을 거듭해야했지만 이를 가름하기보다는 일단 지키고 보자는 딜레마를 겪었다. 딱 깨놓고 불만을 털어놔봤자 '청탁없는 깨끗한 사회'에 반기를 드는 표적 밖에 되지 않을테니 차라리 숨죽이는 편이 나았다.

지역 과수농가와 화훼농가 매출이 반토막나고 한우농가가 도산 위기에 처할 만큼 지난 1년이 가혹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영란세트에 영란특선까지 별별 상품을 다 동원하며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가격 규정을 따박따박 맞춰내는 수입산과는 경쟁이 불가능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3·5·10' 기준 중 선물 5만 원 부분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각계 의견이 상충돼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중요한 건 '더치페이' 하나가 만인의 평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법은 '동일한 잣대'만을 강요할 때가 아니라, '형평성 있는 잣대'로 약자의 숨통을 틔워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상기해야할 때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