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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남자가 맥없이 팔을 뻗어 손가락을 펴고 있다. 반대편에서 수염달린 인자한 노인이 손가락을 맞대려 다가온다. 광고나 잡지에서 본 익숙한 그림이지만 정작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다. 스티븐 스틸버그가 영화 이티(E. T.)에서 차용할 정도로 유명한데 말이다. 본다고, 읽는다고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허전한 성당천정을 보면서 무언가하기로 맘먹고, 건축가 브라만테에게 물었다. 그는 프레스코를 그린 경험이 없는 미켈란젤로를 추천했다. 모난 성격에 누구와도 자신의 예술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었던 그를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내심 조각에 뛰어난 그가 그림 그리는 것에는 실패하길 원했지만 브라만테의 바람은 실패했다. 


멋지게 성공한 이 천정화는 '천지창조'로 1508년에 시작해서 1512년에 완성된 시스티나성당에 있다. 미켈란젤로는 이 작업을 네 단계로 나누어 그릴 것으로 계획하고 착수했다. 가로 41m, 세로 13m, 높이 30m가 넘는 천정에 그림을, 그것도 회벽을 만들고 회가 완전히 마르기 전에 그려야 하는 어려운 프레스코를 시작한 것이다. 4년 뒤에 완성된 그의 그림은 당시 사람들에게 경이의 대상이 되었다. 거대한 그림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고 종교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천정 전체에 그려진 크기 때문에 그림을 한 눈에 감상하기 어렵지만, 미켈란젤로가 그릴 때 세운 계획대로 따라가면 그림 배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성당에 들어서서 천정을 쳐다보면 가운데 사각형 부분(처음과 마지막 작은 사각형은 빼고)에는 안쪽부터 성경의 창세기 '어둠과 빛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서 9번째 '술 취한 노아'까지 그렸다. 그리고 난 뒤 건물 네 귀퉁이 삼각형부분에는 다윗과 골리앗 등과 같이 잘 알려진 이스라엘 역사, 네 가지를 선정해 그렸다. 세 번째로는 창세기 그림 좌우측에 집 모양처럼 생긴 부분에는 예언자를 그렸다. 무려 12명이다. 마지막으로 그 사이사이에 삼각형으로 남아있는 곳에는 예수의 조상들을 배치하여 천장 전체에 성서이야기를 그렸다. 이렇게 나누어 보면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잘 볼 수도 있다.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프레스코, 4,120×1320cm, 1508~1512, 로마 바티칸궁전 소장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프레스코, 4,120×1320cm, 1508~1512, 로마 바티칸궁전 소장


천지창조에서 잘 알려진 장면은 이브의 창조 장면과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에서 쫓겨나는 장면이다. 선악과를 먹기 전에 아름다운 육체를 가졌던 아담과 이브가 유혹에 빠진 뒤에는 늙은 몸으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것만 봐도 미켈란젤로가 얼마나 철저히 계획을 세웠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바로 아담의 창조 장면이다. 각종 광고와 다양한 해석이 가장 많은 장면이기도 하다. 


창세기 9장면 중에서 가운데인 5번째에 배치한 것만 봐도 미켈란젤로가 얼마나 이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붉은 망토와 천사들에 의해 둘러싸인 하나님이 팔을 펼쳐 늘어져있는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찰나이다. 찰나라고 하는 이유는 하나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천사의 움직임과 바람에 부풀린 망토 때문에 아담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아담은 움직임이 없다. 이것만 봐도 아담은 아직 생명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무릎에 팔을 얹어 손가락을 펴고 있지만 생명에너지가 없는 아담의 몸은 축 늘어져있다. 모든 근육이 풀어져 힘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자세히 보면 눈동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켈란젤로가 눈동자를 그렸는지 그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생명이 아직 없는 아담이 눈동자가 없는 것이 당연한 듯하다. 알고있는 것을 시각적 기호로 표현하는 것도 말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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