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울산시 예산은 2조 1,219억 원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무분별하게 SOC 예산을 삭감하면서 2조 원대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산안 본회의 의결 직전에 신규사업 등 예산이 대거 반영되면서, 울산시는 2015년 이래 4년 연속 2조 원 시대를 열게 됐다.
여야가 뒤 바뀐 어려운 정치구도에서 김기현 시장은 물론 지역 국회의원 6명과 울산시 국가예산팀이 공조해 얻어낸 결실이다. 김 시장은 올해 국회와 중앙부처를 50번 이상 다니며 150여 명의 주요 인사를 만나 국비 지원을 호소했고, 시 행정·경제 부시장, 실·국장 등 관련 공무원 400여 명도 월평균 10회 이상 출장하며 지역 현안의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울산시 국가예산팀은 예결위 본격 가동 전부터 국회에서 두 달간 상주하며 지역 의원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이른바 '쪽지예산'도 한 몫 했다. 의석수 6석에 불과한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두 명의 예결특별위 중진의원이 포함되면서 실세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각각 예결위원장과 기재위원장을 거친 두 의원은 지역구 민원을 비롯해 총선공약, 지역 주요사업 10개를 뽑아 기재부와 여야 지도부를 상대로 밀실거래를 한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최다선이자 지역 좌장격인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은 지역의 귀한 특산물인 고래고기까지 국회에 돌리며 지역 의원 중 최다 '쪽지예산'을 몰아왔다. 당초 정부안에 비해 무려 175억 원을 증액 반영시킨 것이다. 여야 지도부 및 실세 의원들의 '쪽지예산'이 언론으로부터 비판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울산은 주요산업 전반이 침체되고 경제도 힘을 잃었다. 일자리 잃은 시민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지역 경제 활성화 사업인 SOC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설상가상 '쪽지예산'은 불가피한 일이라 믿고 싶다.
그렇다고 '혈세'가 더 이상 의원들 쌈짓돈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 지역의 대표 현안 예산을 정부안에 조기 반영·확정해 이러한 불법 예산은 근절돼야 마땅하다.
- 기자명 조원호
- 입력 2017.12.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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