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울산 울주군에 사는 김모 노인은 구두닦이를 하며 힘들게 번 돈 200만원을 지인에게 빌려줬다가 돌려 받지 못했다. 청각장애인인 김 노인을 이용한 지인은 상환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며 애만 태웠다. 참다 못한 김 노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이 사연을 편지로 보냈다. 간절한 사연을 접한 황 청장은 즉시 피해신고 방법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담당 수사관에게 상담을 받도록 안내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노인은 즉시 돈을 돌려 받았다. 
 
# 박모(70대)씨는 '알뜰폰' 상담 전화를 받다가 얼떨결에 원하지 않는 강제 가입을 하게 됐다. 이후 해지를 요구해도 고객센터는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말을 빙빙 돌렸다. 답답한 마음에 박씨는 경찰서를 찾았는데, 담당 경찰관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같은 반응이었다. 이에 경찰 차원에서 적극 나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에 연락을 취해 알뜰폰 불법 사기 전화를 신고하자 가입 해지가 이뤄졌다.
 
울산 경찰이 각종 민원해결을 위해 시민들에게 한걸음 바싹 다가서고 있다. 황운하 치안감이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하고 난 이후의 변화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민사'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사회 통념이었다. 혐의가 있을 경우에만 형사 입건하고, 경찰이 돈을 받아 주는 등의 민사 영역은 경찰의 역할이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황 청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경찰의 '행정법적 문제 해결 방식'을 강조한다. '범죄척결자'가 아닌 '문제해결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형사입건 이전 단계에서 개인 간 분쟁에 경찰이 적극 개입하는 것은 경찰권 남용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권 보호이며 결국 경찰의 임무라고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황 청장은 부임 이후 지난 9월부터 월 1회 '시민과 경찰 협의회'를 열고 있다.
 협의회 참여자는 다양한 분야의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다.
 그동안 열린 협의회에서는 실생활에 밀접한 치안정책이 발굴됐다.
 일부 스쿨존을 특정시간에 차량통행제한 지역으로 정해 등·하굣길 어린이 안전을 확보하거나, 비보호 좌회전 축소로 교통체증을 해소한 사례 등이다.


 오는 22일 예정된 협의회에서는 사건 수사 등에 있어 억울한 일을 당한 시민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그들의 사연을 청장이 직접 듣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경찰과 치안활동에 바라는 점들을 잘 듣고 치안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참가를 희망하는 시민은 오는 15일까지 울산지방경찰청 기획예산계에 간단한 사연과 함께 참가 희망 신청을 하면된다.


 황 청장은 "시민들이 경찰에 바라는 것은 그들이 겪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형사사건이 되기 이전 단계에서부터 경찰의 적극적인 조정과 개입을 통해 시민의 피해가 신속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혁기자 uskjh@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