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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랑켄슈타인>(1818)을 처음 만난 것은 유학 시절 '문학작품감상회' 스터디그룹에서였다. 그날은 문학작품 속에 '꿈'이라는 모티브가 지니는 기능에 관한 토론이 있었다. 꿈이 주는 강력한 모티브의 장점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꿈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소설로 완성시킨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나는 매일매일 꿈을 꾼다. 한때는 기상천외한 꿈을 꾸고 나면, 언젠가 쓰게 될 소설의 소재가 될지도 모른다며 메모를 해 둔 적도 있다. 또 누군가를 간절히 보고 싶다고 원하면 꿈속에서 만나게 된다. 그래서 가끔씩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확인 할 때도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저자 메리 셸리가 꾼 꿈 이야기라고 한다. 어느 날 꿈에 죽은 사람을 전기 자극으로 살려내는 것을 꾸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중학교 시절에 죽은 개구리에다가 전기 충격을 가했더니 개구리가 순간 꿈틀했던 것을 관찰 한 기억이 난다.

당시로서는 과학의 발달, 전기의 발명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기술력이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과학적 호기심은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들어낸 박사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인 것이다. 작품 속에 나오는 괴물에게는 이름이 없다. 괴물을 만들어낸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제네바의 명문가문에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총명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13세에 우연히 금서로 멀리한 연금술에 관한 책을 읽고 인간의 불로장생을 과학으로 이룰 수 있다는 집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면서 생명 창조의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마침내 빅터 프탕켄슈타인은 생명탄생의 비밀을 밝히게 된다. 즉, 그는 당시 등장했던 전기 자극 요법을 이용하여, 죽은 시체에 전기를 자극한 결과 놀랍게도 다시 생명의 숨결이 돌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신장 2미터 40센티미터의 거인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묘지에 버려진 시체들 중에서 자신이 필요한 최상의 부위만을 골라 가장 아름다운 새로운 하나의 온전한 육체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전기로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끔찍하고 추한 괴물이 탄생한 것이었다. 그 모습에 놀란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그만 도망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충격과 과로에 6개월간 몸져눕게 된다. 그리고 2년 뒤에 고향인 제네바에서 괴물과 재회를 하게 된다.

한편 흉측한 모습으로 탄생한 괴물은 빅터 프탕켄슈타인의 실험실을 빠져나와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알게 된다. 괴물을 본 사람들이 돌팔매질을 하고 고함을 지르면서 마을에서 내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느 외진 산골에 비어있는 헛간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숨어지 내게 된다. 마침 그 헛간 가까이에는 한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괴물은 그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면서 언어도 배우고 인간 사회의 이모저모를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인간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되지만, 괴물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그를 내쫓아버린다.

괴물은 더 이상 인간과 잘 지낼 수 없다는 절망을 갖게 되고, 그 분노는 자신을 만들어낸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대한 복수의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

괴물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세상의 온갖 미물도 짝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을 만들어주면 영원히 인간사회를 뒤로 하고 미련 없이 북극으로 떠나겠다고 이야기 한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요구를 들어 주려고 여자 괴물 창조에 들어갔다. 그러나 거의 완성될 즈음에, 여자 괴물이 남자 괴물보다 더 힘이 세면 어떻게 하나, 여자 괴물이 남자 괴물과 짝을 이루지 않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두 괴물이 번식해서 괴물의 숫자가 늘어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등의 생각에 사로잡혀 여자 괴물 창조를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나마 간직한 한 가닥의 희망을 잃어버린 괴물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 복수를 가하기 시작해, 그로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빼앗아 버린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잃어버린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북극으로 유인해서 죽이려고 하나 북극에서 자신이 먼저 숨을 거두고 만다. 그러자 괴물도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그곳에서 죽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의 문학작품은 그동안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되면서 회자되어 왔다. 이 <프랑켄슈타인>은 다양한 방면에서 다각도로 고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외모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생각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지는 않는지, 아니면 인간사회의 금기를 깨서라도 무언가를 창조해 내고 싶은 욕망은 없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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