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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의 시정을 결산하고, 내년 살림살이를 준비하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만으로도 빠듯한 울산시의회 연말 정례회에 조례안 폭탄이 쏟아졌다.

손을 봐야 할 조례를 미뤄놓았던 울산시와 시교육청이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조례안을 밀어 넣은 탓인데, 정례회 일정에 쫓긴 상임위에서 제대로 심사되리는 만무한 것이고, 부실심사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울산시의회 사무처에 따르면, 오는 15일 폐회하는 이번 제193회 제2차 정례회에 제출된 총 69건의 각종 안건 중 예산안과 결의·건의안, 동의안 등 일반안건을 제외한 조례안은 전체 70%에 가까운 47건에 달한다.

이는 올해 2월 임시회를 시작으로 지난 10월 임시회까지 모두 7차례의 정례·임시회를 통해 처리된 조례안이 82건임을 감안하면, 이번 정례회를 통해 제·개정되는 조례건수는 올 한 해 동안 처리된 조례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양이다.
물론 연말 정례회에 조례안 제출이 몰리는 것은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라 매년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유독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이번 제6대 시의회의 연말 정례회에서 처리된 조례 건수는 2014년 23건, 2015년 26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47건을 기록했다.

매년 연말 정례회에 이처럼 조례안이 집중되는 것은 의원 발의 조례안이 늘어서가 아니라 집행부에서 평소에 미뤄놓았던 조례 정비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새해부터 바뀌는 제도에 맞춰 개정해야 하는 조례에다 행정안전부가 정부 조직개편 등에 따른 법령 위반 자치법규를 연말 안에 모두 정비하라고 각 시·도에 시달한 것이 조례안 폭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정례회에 제출된 47건의 조례안 가운데 의원 발의는 10건이고, 나머지 37건이 시장(32건)과 교육감(5건)이 제출한 개정 조례안들이다.

문제는 조례안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각 상임위의 조례안 심사가 벼락치기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바로 부실 심의로 연결되고, 잘못 만들어진 조례는 바꾸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데다 시민의 생활불편과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례회에 제출된 조례안 중 각 상임위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종료된 이달 4일 한꺼번에 무려 28건의 조례안을 제출하면서 당초 개별 현장 활동으로 잡아놓았던 의사일정을 부랴부랴 변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지난 12일 급조된 각 상임위의 조례안 심의는 전형적인 밀어내기식의 행태를 보였다.
행정자치위는 경우,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착수해 2시간 만에 무려 11건의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산업건설위도 같은 시간에 8개 조례안을 처리하는 벼락치기 심의를 벌였다.

다른 상임위도 다를 바 없지만, 이들 상임위는 이날 조례안 심의 외에도 오는 2022년까지 울산시의 조직운영의 근간이 되는 중기기본인력운용계획 보건의 건과 올해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도 다루는 자리였지만, 불과 2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모든 안건을 처리해 수박 겉핥기식 심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무엇보다 이들 상임위는 울산시가 조례안을 무더기로 제출한 지난 4일 이후 6일과 7일 이틀간의 예결위 가동 기간과 토·일요일 등을 제외하면 지난 8일과 12~14일까지 나흘간의 여유 일정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복지위를 제외한 3개 상임위는 사흘간을 사실상 휴무일인 개별 현장 활동으로 돌리고, 12일 하루만 회의를 열어 '땡땡이' 회기를 운영했다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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