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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훈 중부경찰서 경사
주동훈
중부경찰서 경사

아기를 재우고 밤늦게 운동을 가는 아내가 오늘따라 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날씨가 추워서 못 가나?"하고 물었더니, 아내는 "초등생 살인 사건을 보니, 정신병자 때문에 밤에 운동가는 것이 겁이 난다"고 대답한다.

매일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내가 범죄피해에 무감각해진 것일까, 아니면 뉴스 일면을 장식한 사건에 아내가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내처럼 불특정인에 대한 정신질환자의 살인사건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초등생 살인사건 17세 김 모양에 대한 수사 결과가 '조현병 환자의 증상 때문'이라고 발표되자,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듯한 방향으로 여론이 조성됐다. 이에 정신보건 관련 단체들은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을 적극 항변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로 일반인의 1.2%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보건당국이 배포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도 일부 정신질환은 일시적으로 조절되지 않은 충동성 때문에 자·타해 위험성을 보일 수 있지만 타인을 해칠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단 1건의 정신질환자 범죄만으로도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이런 수치가 불안감을 잠재우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지만, 잔혹한 범죄를 무조건 정신질환과 연관시키는 행태에 제약을 걸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정신질환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이 아니다. 2011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 일년 유병률은 16%(남자 16.2%, 여자 15.8%)이며, 그 중 알코올·니코틴 사용 장애를 제외하면 10.2%(남자 6.1%, 여자 14.3%)라고 한다. 특히 조현병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로 우리나라의 경우 약 5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신질환자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거나 차별받고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경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치료를 더디게 하여 증상을 악화시키고, 결국 만성화되어 사회적 고통을 증가시킨다.

일부 정신질환은 증상이 악화되면 환청이나 망상, 극도의 불안, 충동적인 행동, 예측 못할 난폭함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도 적절한 약물 치료 등으로 안정될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자들은 치료를 통해 사회생활을 원만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불안하다. 불안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불안함만을 외쳐 정신질환자를 음지로만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적대시 한다면 그들은 더 큰 위험으로 증폭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인력과 재원을 충분히 확보해 정신질환자를 양지로 이끌어 내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위험성이 확인된 정신질환자의 경우는 경찰과 적극적으로 정보 교류를 하고 협업을 통해 응급 입원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이를 통해 정신질환자의 불행한 사건사고를 막는 구조적인 개선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시민들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통해 사회 갈등을 유발하거나 소외계층을 희생시키기 보다는, 함께 사는 사회와 인권을 위해 이들에 대한 보다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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