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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하 울주군 세무1과 세정담당
김운하
울주군 세무1과 세정담당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지 서너달됐다. 운동으로 새벽을 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고, 매서운 바람이 불지만, 코트에서 뛰고나면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힘겹기만 했던 자리는 조금씩 희열로 채워지고 있다. 라켓에 맞은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이것이로구나. 새벽 찬기운 만큼이나 상쾌하다. 더 젊어서 했더라면 하는 후회감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할 수가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앞선다. 레슨을 시작하면서 새삼 배움의 의미도 되새겨본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미래에는 그 이상도 살 수 있다고 한다. 혹자는 오래 산다는 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건강수명을 얘기하면 의미있는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고도 한다. 다들 일리 있는 말이다. 오래 산다는 것이 재앙이라는 말은 노년의 삶을 더욱 두렵게 느끼게도 한다.

퇴직 후 별달리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면 그게 재앙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누구라도 배울 의지만 있다면 공기를 마시듯 배울 수 있는 곳! 그런 도시를 꿈꿔본다.

얼마 전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다. 수능 시험장 앞에서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후배분들이 50대 이상의 선배 만학도들에게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라며 부른 수능 응원전  대목이다.

올해 수능 응시 최고령자는 할머니(86세)다. 이 할머니는 "수능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돼 고맙다"고 했다. 비슷한 또래의 한 분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데, '이 나이에 공부해서 뭐하나, 건강이 우선인데'라는 생각에 포기하려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 분은 "수능은 내게 그 자체로 '꿈'이었다"고 했다.

이들을 볼 때 공부는 제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스러움이며 도전이고, 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즐거움으로 여겨졌다.

언론에선 수능시험 때마다 고령의 만학인 응시자들의 도전과 용기를 보여준다. 그때마다 별다른 감흥없이 '저 나이에 무슨 시험을'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 나 또한 한참이나 연배가 아래인 선생님한테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나 역시 만학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작은 깨우침이 머릿속을 선뜻 스치고 지나간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내가 아는 것이 지식의 모두가 아니다는 어느 현자(賢者)가 남긴 구절을.

내가 느끼는 것이 오감의 전체가 아니다는 것을.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겸허함을 알게하여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되게 하길 염원해 본다. 그리고 나의 삶이 배움을 지속함으로써 즐거움으로 가득차길, 그리하여 끊임없이 성장하는 삶이 되길 소망해본다.

또 상상해본다. 도시 전체가 배움으로 가득찬 곳이길. 공기를 마시듯 모든 이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 사는 곳이 하나의 도시이면서 또 학교가 된다면. 이런 도시라면, 그곳을 도시 유토피아, 학습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라. 일부 지자체의 혁신적인 시도를 의미있게 보고 있다.

서울시의 획기적인 중장년을 위한 학습 프로젝트인 '50플러스 캠퍼스', 장성군의 1,000회가 넘는 '21세기 장성 아카데미'등등. 당연히 배우는 도시는 도시 경쟁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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