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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사회부 기자
김장현 사회부 기자

"인생은 B와 D사이에 C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Jean-Paul Sartre)가 남긴 말인데, 출생(Birth)과 동시에 죽음(Death)을 수반하며, 매 순간 선택(Choice)의 기로에 선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샤르트르의 말에 새로운 해석이 등장했는데, C가 선택이 아닌 선거(Campaign)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삶과 죽음 사이에 오로지 선거만 있다는 이야긴데, 최근 울산 동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자면 이 말이 과히 틀린 말도 아니다.

최근 동구의회 의원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시 선거구획정위 동구기초의원 축소 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 축소 안은 과거 50%대 50%로 적용하던 인구수와 읍·면·동수 적용 비율을 60%대 40%로 변경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이 안에 따르면 동구의회 의원정수(가선거구)는 1명 감소하는 반면, 북구의회 의원정수(나선거구)는 1명 증가하게 된다.

인구가 줄었다면 이에 따른 의원정수 축소는 불가피한 것이다. 아니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동구 인구는 지난 5년 간 1만 명이 넘게 줄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구 감소는 땅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동구의 땅값 하락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또 지역 최대 먹거리 산업인 조선업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지난해 초 300여 곳이었던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는 최근 150여 곳까지 감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근로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무려 7,000명이 줄었다.

이처럼 동구는 출범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동구의원들에게는 최악의 경제 지표가 무의미한 모양이다. 조선경기 불황으로 근로자와 가족, 또 이들과 관련된 자영업자들이 모두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데, 왜 동구의원들만 여기서 빠지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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