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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석 북구 감사계장
한영석 북구 감사계장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전국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울산 북구가 전국 평균을 훨씬 뛰어 넘는 성적으로 지역 자치구 중 1위, 전국 17위를 하는 쾌거를 거뒀다.

구청을 거쳐간 민원인의 외부 청렴도와 구청 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 청렴도평가로 금품·향응·편의수수, 특혜제공, 부정청탁, 업무투명성, 예산낭비, 인사, 업무지시 등 63가지 다양한 항목에 대한 평가 결과다.

청렴도 등급이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근무 중 이상무', 얼핏 생각하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평소와 같이, 어떤 문제도 없이 평화로운 상황이라는 뜻이니까. 공무원 사회에서는 복잡한 법규정을 찾기 보다는 전임자가 해 놓은 업무를 답습하게 되면 평소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근무중 이상무'가 유지된다. 틀에 박힌대로 업무 수행만 하면된다는 말이다.

과연 현대의 공직사회에서 '근무중 이상무'는 바람직한 것일까. 시대가 바뀌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지 못하면 주민들로부터 '탁상행정'이라는 질책은 물론이고, 공무원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행복도도 떨어질 것이다.

전임자의 업무 답습인 '근무중 이상무'는 더이상 공직사회에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게 됐다. 그러면 해답은 없을까. 해답은 '현장'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그간 우리가 줄기차게 들었던 말이다. 지리와 위치를 익히 안다고 현장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어제와 달리 도로가 생겨났을 것이고, 모르던 건물이 들어섰을 것이다. 또 도로가 새로 포장이 되기도 하고, 통행 제한되기도 할 것이다. 눈으로만 보더라도 달라져 있겠지만 현장에서 주민 말을 듣는다면 상황이 더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구는 현재 '출장 중'이 아니라 '현장 중'이다.

청렴도는 해당 행정기관의 일반적 이미지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공무원의 모습은 해당 기관의 청렴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북구의 청렴도가 높은 이유는 그간 펼쳐 온 현장 중심 행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행정임을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공무원들이 많기에 누구나 우리 구청의 행정에 신뢰감을 보이게 되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경상남도는 2017년 1월 정기인사에서 청렴윤리담당사무관을 특별승진 조치했고, 구리시는 청렴도 회복 시까지 승진인사를 연기한 적도 있다. 2016년 양산시는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감사전담기구를 부시장 직속으로 분리 설치하고 인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초자치단체가 청렴도에 많은 관심을 두는 이유는 청렴도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년 6개월 만에 진행된 울산시 종합감사 결과 북구는 징계 요구가 한건도 없었다. 2015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북구의 업무 전반에 대해 이뤄진 이번 감사에서 훈계와 주의 처분 등만 약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세출예산 편성 및 집행의 적정성, 물품·용역·공사 등 계약업무 처리 사항, 인사운영, 복무, 분야별 민원처리 사항, 시설공사 과다설계 등 예산낭비 사례 등을 전반적으로 감사한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북구가 내실 있고 투명한 행정을 펼쳤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부서간 업무연찬과 직원간 토론문화 정착으로 소통과 공감능력이 향상되고, 이는 업무 숙련도로 이어졌다. 이러한 유연한 조직 분위기는 유연한 사고로 이어져 청렴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깨끗한 사회는 공직사회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정부패 없는 더 깨끗한 북구를 만들어 가는데 우리 공직자는 물론 주민 동참도 필요하다. 깨끗하게 정돈된 길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지만 지저분한 장소에는 계속 쓰레기가 쌓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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